'8·25 합의' 이후 74일 지나…첫 제의받고 47일째 무응답 금강산관광 등 '선물보따리' 요구하는 간접시위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황철환 기자 = 북한이 '8·25 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당국회담 예비접촉에 응답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북측이 당국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남북 협상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21일과 24일, 10월 30일 세 차례에 걸쳐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통일전선부장)에게 보낸 전통문을 통해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남과 북은 지난 8월 25일 판문점 고위당국자접촉에서 당국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 탓에 70여 일이 지나도록 남북대화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8·25 합의 때는 당장 우리 군(軍)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켜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즉각 당국회담에 나섰고 남북 합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도 응했지만, 지금은 굳이 당국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북측이 지연 전술을 펴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북측이 남북관계에서 선물 보따리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며 "금강산 재개 등 선물이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간접적인 시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차적으로 북한이 회담에 나올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다. (북한) 내부에서 회담의 성격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이 한둘이겠느냐"라며 "금강산관광 등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예상 가능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당국회담에 대한 명확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어서 남북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장 연구위원은 "북한이 당국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때 북측 리충복 단장이 이산가족 상시접촉과 서신교환 이야기를 했다. 당국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남측에 패를 하나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국회담이 열리면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북측의 희망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 모두에게 이익되는'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남과 북의 건설적인 대화'를 거듭 촉구한 만큼 북측이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북측에 줄 수 있는 선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중을 보면서 (북측은 당국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물밑에서 샅바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며 "조건이 충족이 된다면 올해 안에, 구체적으로는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정도가 (당국회담 개최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