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우칭위안·기타니 미노루, 1990년대 이창호가 1·2차 변화 일으켜
프로기사들 "알파고로 3차 패러다임 변화 나타날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현대 바둑은 두 번의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었다.

첫 변화는 1930년대에 일어났다.

중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우칭위안(吳淸源·1914∼2014년) 9단과 일본의 기타니 미노루(木谷實·1909∼1975년) 9단이 바둑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1933년 '신포석(新布石)'을 발표해 현대 바둑의 기틀을 마련했다.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반세기 이상이 흐른 1990년대에 일어났다.

세계 바둑의 1인자이던 이창호(1975년∼) 9단은 1990년대 실리 위주의 두터운 바둑을 선보였다. 특히 끝내기가 탁월했다.

현재 활동 중인 프로기사들은 당시 이창호 9단의 수법을 보며 느낀 충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박승철 7단은 "20여년 전 이창호 9단의 수법을 보며 다들 '무슨 수인가?', '왜 저렇게 두지?'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창호 9단의 어깨 위에서 그의 시선으로 바둑판을 내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의 수법이 어느덧 바둑의 정석이 된 것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2016년 3월.

프로기사들은 현대 바둑의 세 번째 패러다임 변화를 직감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에 의해서다.

알파고는 컴퓨터 1천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로 무장, 완벽한 수 읽기와 매 수 승률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으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국까지 3승 1패를 거뒀다.

알파고는 상식을 벗어나는 변칙수를 뒀다.

제5국의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은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두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개념들이 있다"며 "그런데 알파고가 인간의 그런 개념을 완전히 깨는 수들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2국의 37수가 그랬다.

알파고는 우변 5선에서 백돌의 어깨를 짚었다.

당시 해설을 하던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수"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충격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불계승이었다.

바둑에는 '기세'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의 기운을 읽고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것을 '기세 싸움'이라고 부른다. 프로기사들은 '승부에서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곧잘 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의 기세도 깡그리 무시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이다혜 4단은 "'여기서는 당연히 이렇게 두는 게 기세지'라는 관념이 있는데 알파고는 전혀 다르게 두더라"며 "기계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날 때마다 복기를 통해 알파고의 수를 연구했다.

인간이 보기에 영 이상했던 알파고의 수는 대부분 승리로 연결되는 '은근한 수'였다.

박승철 7단은 "프로기사들은 20여년 전 이창호 9단한테 받은 것 이상의 낯선 느낌을 알파고한테서 받았다"며 "인간계 바둑이 기계인 알파고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할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다혜 4단도 "이창호 9단 이후에는 바둑의 패러다임이 정체돼 있는데, 알파고를 계기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미 프로기사들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