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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알파고의 '낯선 수'…바둑 패러다임 3차 혁명 오나

송고시간2016-03-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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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우칭위안·기타니 미노루, 1990년대 이창호가 1·2차 변화 일으켜

프로기사들 "알파고로 3차 패러다임 변화 나타날 듯"

'차기 이세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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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현대 바둑은 두 번의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었다.

첫 변화는 1930년대에 일어났다.

중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우칭위안(吳淸源·1914∼2014년) 9단과 일본의 기타니 미노루(木谷實·1909∼1975년) 9단이 바둑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1933년 '신포석(新布石)'을 발표해 현대 바둑의 기틀을 마련했다.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반세기 이상이 흐른 1990년대에 일어났다.

세계 바둑의 1인자이던 이창호(1975년∼) 9단은 1990년대 실리 위주의 두터운 바둑을 선보였다. 특히 끝내기가 탁월했다.

현재 활동 중인 프로기사들은 당시 이창호 9단의 수법을 보며 느낀 충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박승철 7단은 "20여년 전 이창호 9단의 수법을 보며 다들 '무슨 수인가?', '왜 저렇게 두지?'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창호 9단의 어깨 위에서 그의 시선으로 바둑판을 내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기의 대국>이세돌 마침내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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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의 수법이 어느덧 바둑의 정석이 된 것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2016년 3월.

프로기사들은 현대 바둑의 세 번째 패러다임 변화를 직감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에 의해서다.

알파고는 컴퓨터 1천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로 무장, 완벽한 수 읽기와 매 수 승률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으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국까지 3승 1패를 거뒀다.

알파고는 상식을 벗어나는 변칙수를 뒀다.

제5국의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은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두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개념들이 있다"며 "그런데 알파고가 인간의 그런 개념을 완전히 깨는 수들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2국의 37수가 그랬다.

알파고는 우변 5선에서 백돌의 어깨를 짚었다.

<세기의 대국> 이세돌, 알파고와 제4국서 첫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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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해설을 하던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수"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충격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불계승이었다.

바둑에는 '기세'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의 기운을 읽고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것을 '기세 싸움'이라고 부른다. 프로기사들은 '승부에서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곧잘 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의 기세도 깡그리 무시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이다혜 4단은 "'여기서는 당연히 이렇게 두는 게 기세지'라는 관념이 있는데 알파고는 전혀 다르게 두더라"며 "기계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날 때마다 복기를 통해 알파고의 수를 연구했다.

인간이 보기에 영 이상했던 알파고의 수는 대부분 승리로 연결되는 '은근한 수'였다.

박승철 7단은 "프로기사들은 20여년 전 이창호 9단한테 받은 것 이상의 낯선 느낌을 알파고한테서 받았다"며 "인간계 바둑이 기계인 알파고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할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다혜 4단도 "이창호 9단 이후에는 바둑의 패러다임이 정체돼 있는데, 알파고를 계기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미 프로기사들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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