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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가 생면부지 美공군 전사자 11명 71년간 추도

송고시간2016-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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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기 씨 부자…1945년 8월 일본군 대공포 맞은 미 폭격기 남해 망운산 추락

미얀마서 전사 형 생각한 아버지가 시신 수습…초등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남해=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세계 2차대전 당시 미얀마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진 형의 시신을 수습한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미 공군들 시신을 매장했고 추도식도 올리기로 했다"

(사)미 공군전공기념사업회 김종기 대표
(사)미 공군전공기념사업회 김종기 대표

11일 경남 남해군 남해읍 (사)미공군전공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열린 '미 공군전몰 71주년 추도식'에서 김종기(60) 기념사업회 대표는 작고한 아버지 김덕형(1915~2010) 전 대표의 생전 말을 빌려 71년째 추도식을 봉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추도식은 1945년 8월 8일 새벽 2시께 남해 망운산에 추락, 모두 전사한 미 폭격기 승무원 11명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미 공군은 당시 전남 여수에 주둔한 일본군 기지를 폭격하려다 일본군이 쏜 대공포를 맞고 돌아가다 추락했다.

한국전쟁 때 많은 미군이 희생됐지만 세계 2차대전 때 한반도에서 미군이 숨진 것은 이 전장이 유일하다.

당시 김 전 대표와 주민들은 폭발소리와 함께 불이 난 망운산에 올랐고 눈 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큰 폭발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폭격기 잔해 속에 11명의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남해 망운산에 추락해 모두 전사한 미 공군 폭격기 승무원 11명
남해 망운산에 추락해 모두 전사한 미 공군 폭격기 승무원 11명

김 전 대표 가족은 2년 전 일본군 통역으로 징용된 형 덕병 씨가 미얀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산속에 추락해 숨진 사실로 비통에 잠겨 있었다.

김 전 대표는 형이 숨졌다는 통보만 받았을 뿐 시신은 돌아오지 않아 슬픔이 더했다.

김 전 대표는 형의 시신도 누군가 수습했을 거란 막연한 기대에 자신도 미 공군 시신을 수습하고 추락 현장 부근에 임시로 매장했다.

다음날 인부 2명과 현장을 찾아 다시 매장하기도 했다.

이런 일로 김 전 대표는 일본군 헌병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고 감옥살이까지 하다 광복 이후 풀려났다.

김 전 대표는 세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군 덕분에 광복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1946년 미 공군 전사자 11명에 대한 추도식을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해 미 공군 유해 11구는 모두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0년이 지난 1956년 11월엔 망운산 추락현장에 '미 공군 전공기념비'를 세웠다. 높이 3.6m의 기념비 비문은 이승만 대통령이 보낸 친필 휘호로 새겼다.

남해 망운산에 세워진 '미 공군 전공기념비'
남해 망운산에 세워진 '미 공군 전공기념비'

이러한 사실이 미국 내에 알려져 미국 텍사스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김 전 대표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당신은 용감한 분이고 진정한 친구다. 미국으로 왔으면 좋겠다'란 내용이 편지에 적혀있었다고 김 대표는 소개했다.

1986년 미 육군도 김 전 대표의 공로를 높이 사 '미국 시민 공로수훈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얼굴도 모르는 미 공군 전사자 유해를 소중하게 수습하고 추도한 사연은 1958년 문교부에서 만든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 '초등 도의'에 모두 7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실렸다.

김 전 대표는 생전에 추도식을 계속 봉행해 줄 것을 아들에게 부탁했다. 이에 김 대표는 아버지가 작고한 2010년 이후 대표를 맡아 대를 이어 추도식을 주관하고 있다.

농약 판매업을 한 김 전 대표는 자기 건물 3층에 '(사)미공군전공기념회관'을 마련하고 매년 11월 미 공군 전사자 11명을 기리는 추도식을 올렸다.

회사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한 종기 씨는 아버지가 별세한 2010년 부터 대표를 맡아 이곳에서 추도식을 올린다.

이날 열린 71주년 추도식에는 마쉬 주한 미 육군장교가 미국을 대표해 참석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추도식 봉행 비용과 기념회관 건립 비용은 모두 사비로 충당했다"라며 "기념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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