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이면 일본 방위비에 육박…내년도 국방비 증액 예상
"軍 가진 것 더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개혁안 다듬어야"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정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치열한 '예산전쟁' 대열에 국방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방부도 전날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국방예산 편성안을 제출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내년 국방예산안 규모에 대해 국방부와 기재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 정확한 액수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올해 국방예산 43조 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올해 국방예산은 자주국방 능력을 갖춘 강한 군대 육성 차원에서 2009년(전년 대비 7.1% 증가) 이후 최고 수준인 6.9%를 증액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방위력 개선비도 10.5% 대폭 확대해 편성한 바 있다.

내년도 국방예산이 올해보다 오를 것이란 전망은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 등으로 어느 때보다 '자주국방'에 대한 열망이 정부 내에서 공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방예산이 더 늘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부 때보다도 확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인식의 흐름에 편승해 군 관계자들은 내심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국방예산 50조 원 달성을 희망하고 있다. 각 군이 국방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합한 결과 50조 원에 육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 국방부는 각 군이 요구한 예산안을 줄이고 줄여 기재부에 제출했는데 그 규모는 50조 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50조 원이라면 이는 올해 일본 방위비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지난 3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방위비는 역대 최대이자 전년보다 1.3% 증가한 5조1천911억 엔(약 52조6천6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급격히 군사력을 늘리는 일본과 국방예산 수준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군은 국방예산 증액을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 3축 체계 전력 확보를 꼽고 있다.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2020년 초반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축 체계 전력과 이 체계를 구현하는 플랫폼 확보를 위한 올해 예산은 작년 대비 5천509억 원이 증가한 4조3천628억 원이다.

핵심 전력으로 정찰위성(425사업), 장거리공대지유도탄, 전술지대지 유도무기(KTSSM), 장거리지대공 유도무기, 사거리 확장형 패트리엇(PAC-3 MSE형) 미사일, 대량응징보복 작전 구현을 위한 각종 탄도미사일, F-35A 스텔스 전투기, 3천t급 잠수함 등이다.

이런 핵심 전력을 필두로 해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편성된 3축 체계 예산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올해 말 육군의 지상작전사령부 예하에 편성될 '드론봇 전투단'을 포함해 해·공군의 드론봇 개발 예산도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처음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변국 위협 대비 명목으로 검토되는 핵 추진 잠수함 개발 또는 구매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의욕을 보이는 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고려되는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은 프랑스 루비급(2천713t급), 바라쿠다급(5천200t급)과 크기와 성능이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 1척당 1조6천억 원가량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3축 체계 전력 확보 계획 등을 그대로 집행할지에 대해서는 군과 정부 내에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단계적 군축' 문제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남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도 군이 현실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 무기를 사거나 개발해 배치하면 단기적 전력증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군의 예산 집행 효율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첨단 무기구매 계획만큼이나 군이 현재 운용하는 전력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국내 방위산업 육성 뿐 아니라 현존 전력을 가지고도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쾌적하지 못한 병영생활관, 만족스럽지 못한 군 급식 등 병사들에 대한 의·식·주 뿐 아니라 전방부대에는 아직도 우리 군의 위상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낡은 무기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그 많은 국방비를 다 어디에 썼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개혁2.0' 토론회를 비롯해 현재 군 외부에서는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군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로 미뤄 국방부는 이미 수립된 3축 체계 전력 확보 계획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인력구조를 개선해 인건비를 줄여 그 돈을 전력 확보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면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꿈의 국방예산 규모'로 불리는 50조원도 앞으로 몇 년 새 무난히 확보되지 않겠느냐는 게 군 관계자들의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의 '50조원 열망'은 한낱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쓰는 '특권'을 누리려면 그만큼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군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려면 국방개혁도 대충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애초 4월께 국민 앞에 공개하려던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의 청사진인 '국방개혁2.0' 발표 시기가 자꾸 늦어지는 것도 국민의 달라진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문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산고를 겪고 발표되는 국방개혁2.0이 국민에게 박수를 받으려면 군은 지금 가진 것을 더 내려놓고, 더 낮은 자세로 개혁안을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국방예산 50조원' 시대를 군에 허락할 것이라고 본다.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