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의도공원 C-47기 스크린 삼아 공연…'소년 광복군의 귀환'
기념일 전야 행사에 독립운동가 후손 총출동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73년 전 오늘인 1945년 8월 18일.

한국광복군 정진대원 이범석, 김준엽, 노능서, 장준하가 여의도비행장(현 여의도공원)에 착륙한 C-47 수송기에서 뛰어내렸다.

승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계획한 터였다.

일왕의 항복 이후에도 한반도의 일본군은 "아직 무장해제 명령을 받지 못했다"며 버텼다. 이들과 대치하던 광복군은 미국 OSS 부대(미 CIA의 전신)의 만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착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9일 새벽이었다.

이들은 광복군 이름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국에 도착한 네 명이 됐다.

광복군의 첫 조국 귀환일을 기념해 지난 17일 밤 여의도공원에선 C-47기 동체를 스크린 삼아 독립운동의 획을 긋는 사건들을 조명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쇼 '어느 소년 광복군의 비행'이 열렸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광복군 정진대가 착륙한 지점에 실제 C-47기를 세워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유일의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이다.

오랜만에 부는 선선한 바람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든 가운데 광복군 모자를 쓴 한 소년이 C-47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애니메이션 상영이 시작됐다. 주인공 소년의 얼굴은 수백 명의 일본군에 대항했던 김상옥 의사의 얼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소년을 태운 비행기가 시간을 넘어 도착한 곳은 일제 강점기. 소년은 청산리 전투 현장에서 일본군과 싸우고 윤봉길 의사가 돼 단상 위로 폭탄을 던진다. 안중근 의사로 변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도 한다. 일본군에 붙잡힐 위기에 처한 소년을 한 비행기가 날아와 태우고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소년은 C-47기 문 앞에서 이름을 부른다.

"김구 선생님! 김규식 선생님! 이시영 선생님!…"

광복군의 첫 귀환 석 달 뒤인 1945년 11월 23일 C-47기를 타고 김포비행장을 통해 조국에 돌아온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원 15명의 이름이다. 이때 광복군은 '개인' 자격으로 귀환해야 했다.

소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독립운동가로 분한 청소년들이 C-47기에서 내리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일본군이 독립운동가들에게 항복주(酒)를 따르는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해성 3·1 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광복군 4명이 여의도비행장에 착륙한 날 밤, 일본군 대령이 맥주와 사케를 갖고 찾아와 '우리가 졌다'며 항복주를 따랐다고 한다"며 "장준하 선생은 이때 생애 처음으로 술을 마셔봤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 후손 이종찬(3·1 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위원장) 씨, 김구 선생 후손 김용만(3·1 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단장) 씨, 장준하 선생 후손 장호권(월간 사상계 대표) 씨, 윤봉길 선생 후손 윤주경(전 독립기념관 관장) 씨 등이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대한민국 헌법을 초안한 조소앙 선생의 후손인 조인래 씨는 "73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아 행복하고, 어린 학생들과 함께해 특히 의미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 공군이 최초로 보유한 수송기이기도 한 C-47기의 여의도공원 전시에 힘을 보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그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며 "진정한 자주독립 국가라면 C-47기를 타고 온 영웅들을 기리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영 선생 손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73년 전 C-47기는 여의도비행장을 떠나야 했지만, 여기에 탔던 분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은 3·1 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종찬 위원장은 "10살 소년이던 1945년, 대단한 감격 속에 해방을 맞았던 기억이 난다"며 "조국 귀환을 위해 충칭에서 상하이에 도착한 김구·이시영 선생을 비행장에서 맞아 꽃다발을 드렸는데, 여의도공원의 C-47기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격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 C-47기 미디어 파사드에선 이번 주말(18∼19일) 내내 하얼빈 의거의 주인공 안중근 의사, 훙커우 공원에 폭탄을 투척한 윤봉길 의사, 한국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 등 독립운동 의사·열사들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