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남북관계 독점하면 정치·군사·외교적 부담 커져"
"북을 지원대상으로 여기면 안돼…교류·협력 파트너로 삼아야"

(의정부=연합뉴스) 전성옥 논설주간 = "남북문제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 중앙정부가 너무 주도적으로 나서면 정치·군사·외교적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신한대(경기도 의정부시) '설립자 석좌교수'이며, 이 대학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을 이끄는 최완규 원장은 "중앙정부가 교류·협력사업을 독점적으로 추진하면 불필요한 갈등이나 이념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히려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전면에 나서야 작지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면서 "그 바탕 위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작은 통합'을 이루고, 이런 물길이 합해지면 '큰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의 원로자문단 일원인 최 원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민간사회단체에 몸을 담고 남북교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킨텍스(경기도 고양시)에서 진행된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의 사회를 맡기도 했다.

-- 평소 남북교류·협력을 중앙정부가 독점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달라야 한다. 남북문제는 민감성이 높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이익이 달린 큰 틀의 남북 간 합의는 당연히 중앙정부가 맡아야 한다. 그렇지만 교류·협력사업을 중앙정부가 독점적으로 추진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내적으로는 남남갈등이나 이념적 충돌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가 합의한 틀 안에서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남북교류·협력의 전면에 나서면 큰 정치·군사·외교적 부담이 없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사업이 작지만, 실질적이고 의미가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간 주민 사이에 접촉이 활발해지고, 마음이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작은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이런 물길이 합해지면 '큰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민간단체의 교류·협력사업도 마찬가지다.

-- 북한은 중앙집권체제인데 지자체나 민간단체 교류가 활성화할 수 있을까

▲ 남한은 어느 정도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렸지만, 북한은 당이 국가를 지배하는 고도의 중앙집권적 체제다. 그렇지만 북한에도 행정구역상 시·도가 존재한다. 우리와 같이 다양하고 자율적인 민간단체는 없지만 통일전선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전문가 단체가 있다.

지자체 간 교류는 경기·강원과 인천 등 접경지역의 시·도가 먼저 나서는 것이 명분도 있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2010년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5·24 대북조치 이후 중단됐던 교류·협력부터 복원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시범농장 조성 등 농업 분야가 성과를 내기 쉬운 교류·협력사업 중 하나다.

민간단체의 교류는 지자체보다 더욱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다. 보건의료사업이 대표적이다. 의사협회나 약사협회가 나서 결핵과 말라리아 등 감염병과 기생충 퇴치 사업을 벌일 수 있다.

-- 교류·협력사업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 '우리 언어'로 이야기하지 말고 '상대방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대부분 실패한 것은 대북사업 주체들이 북쪽의 입장이나 생각을 무시하고, 기존에 해오던 사업들을 그대로 북에 이식하려 했기 때문이다. 북한을 사업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의 대상, 지원의 대상으로 삼으면 실패하기에 십상이다. 일부 국제 NGO(비정부기구)가 대북사업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보면 이와는 다르다. 사업 초기에 북의 요구가 과다하거나 현실성이 없다 해도 북쪽의 뜻, 언어, 방식을 이해하고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계획했던 목표를 원활하게 북에서 달성할 수 있다.

- 향후 남북관계는.

▲ 남북관계의 흐름으로 볼 때 과거처럼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가 후퇴하고, 일정 기간 침체했다가 재개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졌다고 본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두 정상이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한 국민 앞에서 핵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후손에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공언도 했다. 전반적인 틀에서 볼 때 극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발전했다. 남북관계는 선순환의 노선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 북핵협상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 남북관계가 앞서나가는 것이 북미 관계의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5월 북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북미 관계가 악화했을 때를 보자. 4·27 판문점선언에 합의했던 남북 두 정상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냈다.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 진전을 추동한 대표적인 예다.

한미동맹체제에 틈이 가는데도 너무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 아니냐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가 이익이 같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엄연히 존재한다. 한미관계를 약화하면서까지 민족 유대를 강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미관계는 강화하는데 민족 유대가 지나치게 약화하면 오히려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고 가게 된다. 한미동맹체제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길만이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도식적인 사고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이 정권교체에 따라 바뀌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남북이 서로 신뢰를 못 하는 일들이 되풀이됐다.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고 싶어한다.

남북문제는 특정 계층이나 정당 차원이 아닌 전국민적 사안인 데다 이념 논쟁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모두가 합의하고 지지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남북문제는 일반 정치에서 떼어내 형식과 절차에서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공동영역을 만들려는 아량과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소홀히 여겨 비준동의를 위한 스텝이 꼬이게 됐다.

남북은 분단체제라는 특수 상황이어서 어떤 경우 민족 내부의 틀에서 봐야 하고, 어떤 경우는 두 국가의 틀에서 봐야 한다. 이 이중성이 남북관계의 특성이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다 보니 비준동의 문제를 두고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는 쓸데없는 논쟁까지 벌어지게 됐다.

--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은.

▲ '탈분단'과 '경계' 개념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원이다. 광복·분단 70주년인 2015년 설립됐다. 탈분단은 남과 북의 국가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조금씩이나마 완화하고 해결해나가자는 취지다. 경계는 피아를 구분하고 불통의 공간에서 벗어나 교류·협력이나 경계 넘기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연구원 설립 이후 4년째 남북의 평화와 공존체제를 다져나가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원 최완규(68) 원장은 북한학과 남북문제 연구에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와 북한대학원장(2005~2007년)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신한대에서 설립자가 지정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민간사회단체 활동에도 큰 관심을 가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대표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문 못지않게 실천을 중시하는 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