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자위대의 에어쇼(항공제)에서 공개될 전투기에 제국주의 시절을 연상시키는 슬로건이 적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福岡)현에 위치한 항공자위대 쓰이키(築城)기지에서 오는 25일 열릴 항공제에서 공개될 F2 전투기의 뒷날개 윗부분에 '견적필살'(見敵必殺)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문구는 '적을 보면 반드시 죽인다'는 의미로, 2차대전 기간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표현이다.

'귀축미영'(鬼畜米英·귀신이나 짐승 같은 미국과 영국)과 함께 전장에서 전의를 고양하고자 쓰던 슬로건으로, 1940년대 잡지에서 폭넓게 사용됐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던 표현이다.

자위대 전투기에 이런 표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 지역지 니시니혼신문의 보도로 알려진 뒤 부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저널리스트인 마에다 데쓰오(前田鐵男) 씨는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라며 "결별했어야 할 구 일본군의 정신이 자위대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자위관 출신인 한 남성은 "견적필살이라는 단어가 슬로건으로 쓰인 것은 자위대가 재해 현장에 파견하는 조직이 아닌 싸우기 위한 조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위대는 이런 표현을 써도 세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자위대측은 "일부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만약 기지가 위치한 지자체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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