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성공 협력 다짐…문대통령 촉진자 역할 기대감 커져
무게감 다른 시진핑 방북, 北 전향적 비핵화 태도 이끌 가능성
'제재 완화' 논의 여부 공개하지 않아…'판' 깨지 않으려는 의도인 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현시점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데 공감하고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다시금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연기되는 등 비핵화 진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북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 하는 기대에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7일 시 주석과 35분간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최근의 남북·북미 관계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반도문제를 해결할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러한 회담 결과는 한중 정상이 공감한 '중대 분수령'을 앞둔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남북을 비롯해 미·중·일·러 4강(强)이 한반도 비핵화를 공통의 목표로 삼은 상황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핵시설 신고를 비롯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과 이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등을 논의하는 '핵담판'의 자리라 할 수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향후 비핵화 이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답보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의 성공 여부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에 비춰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두 번째 대좌가 결실을 보려면 어떤 형태로든 문 대통령의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이 빠져서는 안 되는 만큼 문 대통령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한중정상 "한반도문제 해결시점 무르익어…김정은 답방이 분수령" /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이틀 전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을 만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미국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회담에서 눈길이 가는 또 다른 대목은 시 주석이 내년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서울을 방문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내년 편리한 시기에 방문하겠다"고 답한 데 이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역시 내년에 시간을 내서 방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간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의 중대 국면마다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세 차례 북중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의 평양 답방에 따른 또 한 번의 북중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할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중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러나 시 주석의 첫 방북이 김 위원장의 방중과 비교할 때 그 상징성과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양 답방이 단순히 북중 유대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문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협력을 약속한 시 주석이 움직이기 시작함으로써 비핵화에 임하는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도 맥을 같이하는 시각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가에서는 두 정상이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관련 논의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양국 어느 쪽도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설명한 것이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유럽 순방 당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정상 등을 만나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처를 전제로 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데 주력했다.

중국 역시 마자오쉬(馬朝旭)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연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으리라는 추측이 자연스레 나오나, 논의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고 이는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와 연결된 것 아니냐 하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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