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던 인기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가 혼줄이 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9일 전했다.

사건은 여배우 앤더슨이 호주 출신의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데 대해 모리슨 총리가 사안의 무게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하면서 촉발됐다.

어산지는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SOS 해상구조대' 주연급으로 활동하면서 어산지 지지자를 자처해 온 앤더슨은 이달 초 스콧 모리슨 총리가 어산지를 하루속히 호주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호주의 한 방송에 출연해 "어산지의 여권을 되돌려 받아 그를 호주로 데려가서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녀의 청을 거절하면서 다만 "내게는 파멜라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특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여러 남성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의 발언이 그의 주변에 자신에게 어떻게든 접근하려는 남성 친구들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한 앤더슨은 발끈했다.

어산지 친구이기도 한 앤더슨은 지난 18일 미국의 한 웹사이트에 낸 공개서한을 통해 "모리슨 총리가 한 호주인과 그의 가정이 겪는 고통을 하찮은 일로 웃어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앤더슨은 그러면서 모리슨 총리가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한 여성에 대해 지저분하고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대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일자 호주정부의 한 각료는 모리슨 총리가 '가볍게 던진(light-hearted) 말이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제의 발언을 한 모리슨 총리는 지금까지 앤더슨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호주가 어산지 사건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몇몇 호주 정치인들은 앤더슨의 이런 비판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모리슨 총리는 궁지에 내몰렸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를 지낸 크리스티나 키널리 상원의원(노동당)은 트윗을 통해 모리슨 총리를 포함, 잘 나가는 남성들은 여성이 제기하는 정치적 주장을 폄하할 목적으로 여성의 성과 외모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린 힌치 상원의원(무소속)은 "모리슨 총리는 절대로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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