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성동·염동열 사건 포함', 野 '2015년 이후 사건만' 해석 엇갈려
유치원법·탄력근로제 확대·아동수당 이견도…'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보경 기자 = 여야 5당이 21일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며 국회를 정상화했지만, 세부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까지 불과 12일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국회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부랴부랴 '큰 틀'의 합의만 이뤄냈을 뿐 각론은 빈칸으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견해차가 컸던 국조 실시는 가까스로 합의했으나, 그 시기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포함한 국조 대상 등 구체적 내용은 불분명해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에 따른 후속 법안과 유치원 3법을 비롯한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도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여야 '동상이몽'…시기·강원랜드 포함 놓고 충돌 예고

여야는 공공부문(공기업·공공기관·지방공기업)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정기국회 후 실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계획서는 다음 달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후'라고만 했을 뿐, 국조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전수조사가 끝난 뒤 국조를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전수조사를 하는데, 1월 중하순에 결과가 나오니 그게 나온 뒤 국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조 시기는) 추가로 논의해봐야 한다"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조 대상도 쟁점이다.

여야는 '2015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채용비리'를 대상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12∼2013년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강원랜드 사건을 포함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강원랜드도 (대상에서) 예외는 없다"고 말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강원랜드가 사건화된 시기를 봐야 한다"며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연루된 사건도 국조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2015년 1월 1일 기준으로 이후 발생한 채용비리에 관한 것은 전체 공공부문이 해당된다"고 시기를 강조하면서, 권성동·염동열 의원 사건을 제외한 강원랜드의 2015년 이후 채용비리 의혹만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양상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2015년 1월 1일 이후 (사건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했다"며 한국당의 해석에 힘을 실었다.

결국 국조 대상에 '강원랜드'가 아닌 '권성동·염동열 의원 연루 강원랜드 사건'은 명확히 포함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여야가 해석을 두고 충돌을 빚을 소지가 크다.

◇ 유치원법·탄력근로제·아동수당 확대도 각론서 이견 예상

여야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과 사립유치원 관련법 등 민생법안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윤창호법의 경우 빠른 처리에 이견이 없으나, 유치원법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발의한 '유치원 3법' 통과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별도의 법안을 발의할 테니 이를 함께 살펴보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3법을 포함해 다른 당에서 제출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고,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특정 3법이 아니라 각 당의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조속히 모두 모아서 할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실무협의를 재가동해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당장 여야 3당의 첫 실무협의가 22일 열린다.

여야는 실무협의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적용과 아동수당 확대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관련법, 불법 촬영·유포행위 처벌 강화법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선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얼마나 확대할지, 아동수당 확대 범위를 어떻게 할지 등 법안 세부 내용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통과까지는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 서로 '양보했다' 하지만…여야 득실은

여야는 각기 "저희 여당이 대폭 양보했다"(홍영표 원내대표), "제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김성태 원내대표), "두 야당이 한발씩 양보했다"(김관영 원내대표)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대승적으로 한발 물러섰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여야 어느 쪽도 압승하거나 완패하지 않고 적당히 명분을 나눠 가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으로서는 멈춰선 국회를 다시 가동해 예산안 심사와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돌파구를 연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예산소위 정수도 범진보 진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7·6·2·1' 안으로 관철해 보수야당이 벼르는 남북협력·일자리 예산 삭감을 방어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조를 결국 수용했다는 것은 뼈아프다는 당 일각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홍근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야당의 막무가내식 협박정치 앞에서 올해만 드루킹 사건에 이어 또다시 의혹만 가지고 결과적으로 국조를 바로 수용한 점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등 당내 반발도 뒤따르고 있다.

이번 국조에서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야당의 화살이 겨눠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홍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당연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박 시장과 어제 통화했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으로서는 압박 끝에 국조 실시를 확정한 것이 최대 수확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고용세습, 채용비리 등 사회적 문제점을 이참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가운데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 되는 데 이번 합의의 큰 정신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당은 이번 국조에 공을 들이기에 따라 단순히 공공부문 채용비리 문제를 넘어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여권 차기주자 박원순 시장까지 한 번에 걸고넘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예산소위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게 된 것은 야당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국회 보이콧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인사 문제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요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이 머쓱한 상황이기도 하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무한 대치 속에서 문 의장을 압박, 결국 국조 합의를 이끌어내 '제3당'의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데에도 의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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