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30대 철거민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재건축지역 단독주택에서 노모와 함께 세 들어 살던 이 남성은 주택 강제철거에 추운 거리로 쫓겨나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남성이 남긴 유서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는 "3차례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빼앗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에는 3만 달러를 넘어선다. 수출 규모는 세계 7위에 이를 정도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제주도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성형수술 등을 해주는 영리병원 개원을 어제 허가했다. 이런 나라가 앞날이 창창한 우리 젊은이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주택 철거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거용역 일꾼들이 물리력을 행사했는데 현장에는 강제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집행관도 없었고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건축조합은 강제집행 이틀 전에 그 계획을 미리 알리는 '사전 통보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청 등 당국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실행했는지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관련 규정 등을 어겼다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을 넘어 철거민들 고통의 근원을 생각해봐야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르면 돈을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변 부동산 가격과 집세의 급등으로 정들었던 생활 근거지를 떠나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국은 철거민들의 이주 대책과 적절한 보상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률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고통은 전국 곳곳에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1월이면 '용산 참사' 10주년이 된다. 당시 용산 재개발 보상문제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전국에서 철거민의 고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1인당 GDP가 올라간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철거민 같은 사회적 약자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를 줄여주는 노력을 기울일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