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를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야 3당이 "거대 양당이 예산을 야합하고 정치개혁을 짓밟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항의 단식에 들어갔다. 연말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지 오래다.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 살림살이인 예산안은 한시바삐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도 실종돼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하자, 하지만 예산안과 연계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예산안 처리 후 하루빨리 선거제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야당과의 선거제개편 논의를 복원해야 한다.

선거제개편은 정치적 결단의 사안이지만, 각 당과 이해가 엇갈린 복잡한 사안이다. 머리를 맞댄 협상과 절충이 필요하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는 야 3당과 민주당,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다르다. 그 때문에 예산안 협상과 연계한 부수 합의로 일괄 타결짓기에 이슈의 성격상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원내대표 협상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양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구체안은 정치개혁특위에 위임해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방식 검토'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연계전략으로 맞섰고, 이에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하면서 결렬됐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사안인 만큼 양보와 결단을 전제한 당사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개편이라는 명분을 갖고 '예산안 연계전략'을 편 야 3당의 입장도 이해될 부분이 있고, 당장 선거제 합의가 힘드니 예산안은 볼모로 잡지 말고 빨리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입장도 이해된다. 예산안은 빨리 처리하라는 게 국민 요구이기 때문이다.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 합의문을 받지 않고, 한국당의 손을 잡고 선거제는 뺀 예산안 합의문을 선택한 민주당의 결단으로 새해 예산안은 7일 또는 8일 새벽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다.

여당이 목표한 선(先) 예산안 처리는 이행되지만, 선거제개편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 부담은 커질 것이다. 야 3당은 민주당을 겨냥, "정치개혁을 거부하고 한국당과의 기득권 동맹을 택했다"고 비난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주요 이슈에서 야 3당과 공조를 꾀했지만, '예산안·선거제 연계 정국'에서 한국당과 한편이 되고 야 3당과 대치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구도가 구조화되기는 힘들겠지만, 시급히 선거제개편 논의를 복원하지 않으면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이나 개혁법안 처리 전선에도 먹구름이 짙어질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를 뺀 예산안 합의 직후 야 3당의 반발에 "연동형을 포함해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적극 논의하겠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 이해찬 대표도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위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처리 국면에서 중단된 정개특위를 시급히 재개하고, 필요하면 12월인 정개특위 시한을 연장해서 선거제개편을 마무리 짓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