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7일 저출산 대책을 확정했다. 단순한 출산율 올리기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을 개선하고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오르리라는 기대가 담겼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출산을 장려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 다행이다.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2006년 이후 100조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저출산 대책에 따르면 내년에 1세 미만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취학 전 모든 아동의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한다. 아동수당(월 10만원) 지급 대상을 내년 9월부터는 취학 전 모든 아동으로 늘리고, 만혼 추세를 반영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 시술비 지원도 확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이 당연한 권리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각종 대책도 들어 있다. 공공보육시설 이용률 40% 달성 시점을 내년으로 1년 앞당기고, 가정 내 아이 돌봄 지원도 확대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는 조치들로 여성고용률을 현재 5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4%로 높이기로 했다. 신혼부부 특화단지, 신혼희망타운을 지어 2022년까지 38만쌍의 신혼부부가 아이 돌봄 공간이 잘 갖춰진 공공주택을 지원받게 된다.

사실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끔찍할 정도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올해 3분기 0.95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0.10명 낮아졌다. 연간으로도 올해 합계출산율이 작년(1.05명)보다 낮은 1.0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 언감생심이고, 35개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꼴찌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인구절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백화점식 출산장려 당근책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고 아이를 낳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위원회의 인식은 옳다. 최근 19∼69세 1천명 대상의 '국민 인식조사'에서 목표 설정에서 '삶의 질 제고'로 저출산 대책 방향을 바꾸는 것에 찬성한 사람이 93%에 달했다는 사실도 이를 말해준다. 다만 이번 대책이 장기적으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담보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너무 추상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방향만 바뀌었지 세부 내용은 새로운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저출산 대책은 결혼과 출산, 육아, 교육, 주거, 노후 환경 등 생애 주기에 펼쳐진 문제들을 개선하는 일이다. 결국 경제가 잘 돌고 그 안에서 출산의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풀어주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