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동 주민들 "남모르게 봉사한 인정많은 아저씨…" 국화·감사 편지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아저씨네 구둣방에서 몇 번 물건을 고쳤는데, 아직도 아저씨의 환한 미소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한국지역 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 파열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송 모(69) 씨가 운영했던 풍산동의 구둣방.

주인을 잃고 셔터가 내려진 구둣방 앞에는 7일 시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국화와 소주, 초콜릿, 떡을 가져다 놨다.

또 구둣방을 자주 애용했던 주민들은 안부 인사를 적은 메모지와 편지를 셔터에 붙여놓기도 했다.

한 학생은 "아저씨네 구둣방에서 몇 번 물건을 고쳤는데, 아직도 아저씨의 환한 미소밖에 떠오르지 않네요"라며 "거기서도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꽃길만 걸으세요. 항상 감사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 시민은 "온수관 사고 희생자가 아저씨란 이야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웃으로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에 메모를 남긴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엄마 심부름으로 몇 번 들렀었는데 그때마다 (아저씨가) 잘해주셨다"면서 "사고로 희생되신 분이 아저씨란 걸 알고 펑펑 울었어요"라고 적었다.

풍산동 주민자치위원회도 송 씨의 안타까운 소식에 이날 구둣방 옆에 애도 플래카드가 내걸었다.

10여 년째 송 씨의 구둣방을 애용했던 조일봉(63) 씨는 "송 사장님이 말수도 적으시고 구두 수선을 맡기면 내 구두처럼 정말 새것처럼 고쳐주셨다"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이 구둣방을 애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송 사장님이 다리가 불편한 상태에서도 구두 수선일을 하면서 남모르게 지역의 구두협회 회원들과 백혈병 어린이 돕기 후원을 했고, 인근 불우 이웃들을 위해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하고 희생자가 인정 많은 송 사장님인지 몰랐다가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며 "너무나 가슴 아프고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풍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그분이 우릴 용서하고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빌어봅니다"라고 전했다.

송씨는 지난 4일 딸, 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 40분께 송씨가 몰던 차량 주변에서 갑자기 매설된 난방공사 배관이 폭발했고, 순식간에 물기둥과 토사가 송씨의 차량을 덮쳤다.

송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차량은 패인 도로에 앞쪽이 빠진 상태였고, 앞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의 차량이 배관이 터진 지점 근처에서 발견된 점과 앞 유리가 깨진 점 등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치솟은 물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중화상을 입고 고립된 피해자가 뒷좌석으로 탈출하려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