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성과"라면서 "성과를 거두면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先)비핵화 이전에 제재완화는 없다'는 기존 미국 입장의 표현 방식만 바꾼 사실상 같은 의미의 언급으로 보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의 입에서 '제재해제'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의 북미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미국 내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면서 3곳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최근 말했다. 미국 국방장관은 내년 봄에 예정된 한미연합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의 축소 방침도 언급했다. 이런 유화적 제스처는 미국 내 회의론 증가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 스탠스는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미국의 자세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해 왔던 트럼프 정부 내에서 최근 '인내'라는 표현이 거듭 등장하는 것을 예사롭게 볼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잇따른 손짓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 나와야 한다. 현재의 교착 국면을 돌파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이 상태로 연말을 넘기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게 된다면 대화의 동력이 크게 손상되거나 상실할 수도 있다. 과거 북한과 미국 간에는 소모적인 기 싸움만 벌이다가 일이 틀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실패했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지난달 8일 뉴욕에서 열기로 했다가 무산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고위급회담 일정을 조속히 잡아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 직행을 더 원할지 모르나,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진전으로 2차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북미 간 사전 협의를 건너뛸 수 없다는 점은 북한도 알 것이다. 비핵화 시간표와 구체적 조치,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놓고 더 늦지 않게 북미 양측이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