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함'에 F-35B 탑재 연구용역 유찰…日, 이즈모·가가함 개조해 F-35B 탑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일본이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방안을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져 군 관계자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젠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을 향해 군사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고, 주변국들의 해상전력도 날로 급신장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마냥 먼 산 불구경만 해서는 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군 관계자들은 우리 해군도 F-35B를 탑재할 수 있는 '제2마라도함'을 건조하고, 현재 흐지부지된 핵 추진 잠수함 확보 계획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타당성을 진지하게 검토해보자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의 경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의욕을 보였다가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일부 군 전문가들은 국내 건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프랑스의 루비급(2천713t급) 또는 바라쿠다급(5천200t급)의 핵잠수함을 구매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 '마라도함'에 F-35B 탑재 연구용역 공고했으나 유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인 작년 말 무렵 군 지휘부에서는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우리 해군의 첫 번째 대형수송함인 독도함(1만4천t급)의 뒤를 이은 2번함(나중에 '마라도함'으로 명명)에 F-35B를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보자는 논의를 했다. 어차피 2번함을 만들거면 미래를 내다보고 발상을 한번 전환해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2번 함의 갑판을 일부 개조하면 스텔스 전투기인 F-35B가 충분히 수직 이·착륙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현재 전력화한 독도함의 갑판은 수직 이·착륙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재질로 되어 있지 않아 수송헬기와 해상작전헬기 정도만 운용할 수 있다.

이런 논의와 더불어 2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F-35A 전투기 물량 중 6대 가량을 F-35B로 바꾸자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왔다. 군은 F-35A 40대를 2021년까지 작전 배치할 계획이며, 추가로 20대 구매를 검토 중이다.

당시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F-35B 6대 가량을 도입하면 전략무기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한국군도 이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군 지휘부의 논의가 시작된 후 8개월여 만에 액션플랜이 수립됐다. 전문 업체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타당성이 있으면 사업을 시작해보자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해군은 8월 10일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LPH(대형수송함) 미래항공기(F-35B) 탑재 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연구용역 과제로는 ▲ 외국 유사함정의 F-35B 탑재를 위한 연구결과 및 개조·개장 사례 ▲ 대형상륙함에 F-35B를 탑재·운용하기 위한 개조·개장 가능성 검토 ▲ 개조·개장에 따른 소요기간 및 비용 등을 제시했다.

당시 해군은 입찰 제안서에서 주변국이 상륙함이나 호위함에 F-35B를 탑재,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점을 연구용역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여기에는 지금 머뭇거리다간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나중에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반영됐다.

실제로 미국은 작년부터 항공모함 이외에 와스프급 상륙강습함에도 F-35B를 탑재하기 위한 개조·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F-35B를 운용할 수 있도록 이즈모 및 가가급 등 호위함 2척을 2020년까지 개조할 계획이다. 호주도 캔버라급 상륙강습함에 F-35B를 탑재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군의 연구용역 입찰에 나선 전문업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라도함(LPH-6112)의 건조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에 이 연구용역을 다시 추진할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지난 5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진수된 마라도함은 탑재장비 성능 확인과 시운전 과정을 거쳐 2020년 말께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내년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실제 갑판 개조작업에 들어간다면 인도 일정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 뻔하다.

이에 해군은 연구용역 계획을 접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신북방·신남방정책 뒷받침 해군력 필요…핵추진 잠수함 여전한 관심

마라도함에 F-35B 탑재 연구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이제 희망은 '제2마라도함'에 달렸다. 물론 제2마라도함의 건조 계획은 수립되어 있지 않고 개념 구상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해군은 제2마라도함의 확보를 희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라도함을 2020년 해군에 인도한 이후 갑판 개조를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배의 골격을 바꾸는 일이어서 함정 내·외부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도함의 쌍둥이 동생격인 마라도함은 길이 199m, 폭 31m로, 최대속력은 23노트(시속 42㎞)다. 병력 1천여명과 장갑차, 차량 등을 수송할 수 있고, 헬기와 공기부양정 2대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탐색레이더와 대함유도탄 방어체계 등은 국산 무기체계를 탑재할 예정이며, 프로펠러와 승강기 등의 장비도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고정형 대공 레이더를 탑재해 독도함과 비교해 대공탐지 능력이 보완됐다.

이에 해군은 제2마라도함 확보를 원하고 있다. 마라도함은 2014년 8월 제8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건조 계획이 승인된 지 4년 만에 진수됐다. 내년부터라도 건조 계획을 승인하면 최소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전문가들은 아·태지역 국가들이 해군력의 강화와 현대화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아울러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의 갈등도 잠재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은 서해의 '내해(內海)화' 전략을 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낸다. 서해 해상 부표 설치와 이어도 근해에 순시함을 배치하고 해양조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2013년 11월에는 이어도 상공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안에 포함하기도 했다.

일본 순시선도 독도 근해에서 정기적으로 해상 초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부터는 유엔 대북제재 이행 활동을 명분으로 자위대 함정을 이어도 근해까지 보내 감시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도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뒷받침하는 해군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잠수함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별개로 확보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의 한 전문가는 "우리 해군의 능력은 앞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원해 해상교통로, 해양권익 등의 보호 활동을 할 수 있고, 비군사적이고 초국가적 위협 발생 때 국제협력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