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재정 건전성, 부자 증세 등 논란 계속될 듯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2기 경제팀의 세제정책은 큰 틀에서 1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쟁점이 되는 부분에서 1기 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주류 종량세 전환 등은 홍 후보자가 비교적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 개편 기대감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복지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종부세·법인세 강화 기조 이어질 듯

9일 기재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에서 알려진 홍 후보자의 세제 기조는 대부분 이전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가 대표적이다.

홍 후보자는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1기 경제팀 기조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양도소득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불로소득과 근로소득 간 과세 형평성, 정부의 일관된 투기 차단 방침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단기간 내 시행은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시가액을 더 올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도 보유세 강화 기조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자는 보유세 강화 필요성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이 선진국에 비교해 낮다는 점을 들었다.

2기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 안정 목표와는 별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유세 강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에는 "법인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관련해서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올린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그대로 옮겼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만 늘려 생산·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유세 등 징벌적 세입을 너무 늘리면 경제를 질식시키는 첩경이 된다"고 말했다.

◇ "조세부담률 상승 불가피"…재정 확대 기조도 유지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과 관련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올해 19.2%인 조세부담률이 내년에는 20.3%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은 25.1%다.

그는 "조세부담률이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상승해왔지만, 국제 비교 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가 상대적으로 재정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교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재정 지출 증가속도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향후 5년간 재정 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7.3%로 2004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22년에는 63조원에 육박, 올해 적자 전망치(28조원)의 두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4차 산업혁명, 저출산 등 늘어날 수 있는 재정 소요를 고려해 재정 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단기 일자리 정책, 민생 공무원 증원 등을 두고 재정이 비생산적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서 당분간 '재정 퍼주기'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혁신성장·규제개혁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계층에 재정을 쓰겠다는 계획이 정책과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가업상속공제 확대, 주류 종량세 전환 추진…"핵심 정책은 아냐"

홍 후보자는 가업상속공제 확대, 주류 종량세 전환 추진 등에서 진전된 내용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홍남기 표' 대표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전체 경제정책에서 주목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과거보다 상한(1억→500억원)과 대상(중소→중소·중견기업)이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 영위 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의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이 있어 활용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있다.

홍 후보자는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관련 "긴밀한 대책을 논의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문제의식이나 개편 방향은 밝히지 않았다.

홍 후보자는 주류 종량세 전환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맥주·소주 등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종량세 전환으로 자칫 '1만원에 4캔'으로 대표되는 수입 맥주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세체계 형평성 개선'이라는 취지에 맞게 세제를 개편하려면 주류 간 상대적 가격의 등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류세 개편 계획을 포함한 홍 후보자의 정책 구상에 추상적인 방향성만 있을 뿐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업상속공제 등 일부 정책 변화를 예고했지만, 주변적인 문제로 보인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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