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안전개선안 마련 지시 3일 만에 아찔한 탈선…시민들 '불안 불안'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열차와 포클레인이 충돌한 사고 이후 8일 강릉선 KTX 탈선과 대구역 KTX 열차 고장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무려 10건의 사고가 발생,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코레일이 잇따르는 철도사고와 차량 고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최근 차량 분야 총괄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을 보직 해임하고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또다시 사고가 나면서 국민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철도사고·장애와 관련해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대응 매뉴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3일 만이다.

강릉 탈선사고는 시속 250㎞ 이상으로 운행하는 고속철도가 선로를 이탈한 사고로,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큰 것으로 지적된다.

◇ 이어지는 사고 행렬…3주간 9건

지난달 19일 오전 1시 9분께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포클레인의 측면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전날 밤 부산역에서 출발해 서울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서울역 방향 500m 앞 지점에서 포클레인 측면을 들이받은 것이다.

하루 뒤인 20일 오후 5시께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는 KTX 열차 전기공급 중단으로 고속철도 경부선과 호남선, 상·하행선 열차 120여 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서울∼부산 열차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까지 걸리는 등 사상 초유의 '대혼잡'이 빚어졌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여파로 수많은 승객이 3시간가량 사고 열차에 갇히고 줄줄이 지연되는 열차 운행으로 승객 수만 명이 밤새 고통을 겪었다.

22일에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복정역과 수서역 사이 구간에서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고 운행도 지연됐다.

23일에는 오후 10시께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원주역에 멈춰 서면서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24일에는 오후 3시 광명역과 오후 8시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고장 나 운행이 지연되고 승객들은 또 불편을 겪어야 했다.

28일 오전 9시 13분께는 광주 광산구 호남선 하남역 인근에서 선로 도색작업을 준비하던 김모(66)씨가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날 익산역을 출발해 용산역으로 가던 호남선 KTX 열차가 익산역 부근에서 멈춰 서면서 열차 운행이 20여분 간 지연돼 승격들이 불편을 겪었다.

8일에는 KTX 강릉선 열차가 탈선하고 대구역에서도 KTX 열차가 멈춰서는 등 고속철도 사고 2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KTX 806호 열차가 탈선했다.

기관차 등 앞 2량은 'T'자 형태로 꺾였고, 선로가 파손됐으며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다행히 구조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14명이 타박상 등 상처를 입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앞서 오전 6시 49분께는 서울로 향하던 KTX 286호 열차가 대구역을 통과하던 도중 선로에 30분가량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 "추운 날씨에 50분 밖에서 대기"…고객들 '분통'

이날 강릉선 사고로 주말 아침부터 승객 198명이 큰 불편을 겪고 일부는 타박상 등 상처를 입어 병원 신세를 졌다.

이번 사고의 경우 열차에 탑승한 승무원이 승객들을 열차에서 내리도록 안내하는 등 초동 대처는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승객들의 불편을 막을 수는 없었다.

4호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45)씨는 "열차 밖으로 나온 뒤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18명이 강릉역으로 되돌아왔다"며 "자녀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강릉역의 후속 조치가 너무 안이해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승객 방모(22)씨도 "타고 있던 6호 차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이 기울었는데도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해 답답했다"며 "열차 밖으로 탈출한 뒤에도 50분가량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송역 사고 당시에는 열차에 타고 있던 일부 승객이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며 유리창을 망치로 깨뜨리거나 일부는 독자적으로 선로를 걸어 사고 열차에서 탈출했고, 승무원들은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만 거듭했다.

코레일에 비상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는지, 승무원들이 안전관리 교육이나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날은 승무원이 승객들을 비교적 신속하게 열차에서 내리게 하는 등 제대로 대처했지만, 주말 아침 강추위에 열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또다시 열차를 기다리는 등 승객들의 불편은 컸다.

코레일은 "운행이 지연되는 열차의 승차권 구매 고객에게 문자로 연계수송, 운행중지, 전액환불 등 안내를 철저히 했고 철도역과 열차 안에서 안내방송을 지속해서 하는 등 고객 불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 코레일 안전대책 실효 있나…총리 지적에도 3일 만에 또

이 총리는 지난 5일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오영식 사장으로부터 철도사고·장애 재발방지대책을 보고받은 뒤 일련의 사고·장애에 관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을 것을 지시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차량 고장에 따른 국민 불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차량 분야 총괄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을 보직 해임하고 고속차량 등 분야의 전문가를 후임으로 발령했다.

최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철도사고와 장애 예방을 위한 종합안전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 직원에게 경각심 고취를 위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안전사고 매뉴얼의 실행력을 검증하는 등 관행적인 업무형태에서 탈피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절차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안전사고에 대한 선제 예방과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 조직 개편, 작업환경 개선, 취약지역 발굴과 안전 시설물 설치, 노후 차량부품 전격 교체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사고로 코레일의 안전대책 마련 약속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