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에 직선주로 달려 대형참사 면해…"탈선 원인은 조사해봐야"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기자 = "저속에 직선주로였으니 망정이지, 고속에 커브 구간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8일 아침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806호 KTX 열차 탈선사고는 하마터면 주말 아침을 끔찍한 소식으로 시작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진만 봐도 사고 당시 큰 충격을 짐작게 할 정도로 사고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고, 기관차 등 앞 2량은 'T'자 형태로 꺾였다.

선로가 파손되고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쓰러져 휴짓조각처럼 변했다.

당시 열차는 시속 103㎞ 달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출발한 지 불과 5분밖에 지나지 않아 고속출력 전 저속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만약 시속 250㎞ 이상으로 운행했다면, 저속이라도 불과 앞으로 100여m만 더 움직였다면 커브 구간에서 떠올리기도 싫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구조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14명이 골절과 열상, 타박상 등 상처를 입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투입된 강릉역 직원 윤모(44)씨가 오른쪽 골반 골절상을 입었으나 위급한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소방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병원에 간 승객까지 더하면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다친 한 승객은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서 '쿵쾅쿵쾅' 하더니 자동차로 말하면 구덩이 같은 데 빠진 느낌이었다"며 "좌우로 몇 번 심하게 흔들리고서 '쾅쾅' 소리가 난 뒤에 열차가 확 기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호 차에 타고 있던 이 승객은 열차가 기울어지면서 아래로 뚝 떨어졌다.

사고 뒤 스스로 인근 병원을 찾았으며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고 깁스를 했다.

이 승객은 "당시 열차가 옆으로 확 누우면서 제대로 서 있지를 못했다. 중심을 잡기 어려워 벽을 집고 나왔다. 탑승객 중 할머니도 다쳤고, 어떤 분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현장을 빠져나온 승객들은 "출발 초기 저속에서 사고가 났길 망정이지,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어쩔 뻔했느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자녀 입시문제로 상경길에 오르거나 취업과 회의 참석 등 중요한 일정에 차질을 빚은 승객들은 코레일의 안이한 대처와 더딘 후속 조치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여기에 올겨울 최강한파까지 덮치면서 '최악의 주말'을 보내게 됐다.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큰 사고인데 크게 다치신 분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고 당국의 조속한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본부에 상황반을 설치해 사고수습을 지원하는 한편 탈선 원인에 대한 기초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10일 오전 2시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이날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강릉선 진부역∼강릉역 구간 운행은 주말 내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당국은 현재 이 구간에 버스 27대를 투입해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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