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파이널서 남자 싱글 사상 첫 메달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8일(한국시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첫 메달인 동메달을 거머쥔 차준환(17·휘문고)은 일찌감치 한국 남자 싱글의 '간판'으로 불렸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2년 차인 17살의 앳된 소년이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피겨 남자 싱글의 어린 개척자 역할을 했다.

한동안 '남자 김연아'라고 불리기도 했던 차준환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최초' 혹은 '김연아 이후 처음'이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여러 편의 CF에 얼굴을 비춘 아역배우로도 활동하다 초등학교 때 피겨에 입문한 차준환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시절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마스터했고, 피겨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한 해 한 해 성장을 거듭해 중학생 때는 이준형, 김진서 등 고등학생 형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매년 가을이면 훌쩍 자란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던 차준환이 주니어로서 본격적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2015-2016시즌부터였다.

차준환은 2015년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오텀 클래식 인터내셔널에서 남자 싱글 주니어부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12월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 대회에서 국내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220.40점)을 경신하며 형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듬해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선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를 앞세워 역대 주니어 남자 싱글 최고점(239.47점)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까지 우승하며 2005-2006시즌 김연아 이후 한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남자 선수로는 이준형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3위에 오르면서 한국 남자 싱글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남녀를 통틀어서도 김연아 이후 11년 만의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이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손을 잡은 차준환은 그러나 시니어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쿼드러플 점프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다가 고관절과 발목에 통증이 생겼고 부상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9위에 그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발전에서도 1차 3위, 2차 2위를 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과감한 승부수로 3차 선발전에서 역전극을 이루며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고, 남자 싱글 선수 중 최연소로 출전한 평창올림픽에서도 15위라는 역대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미래에 더 기대되는 차준환에게 '2년 차 징크스' 따위는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한 뼘 더 성장한 그는 한국 남자 첫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과 동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한국 피겨 역사에 다시 한번 굵직한 자취를 남겼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