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강력범죄 사건 때 '외국인 연관' 무차별 유포
심리적 충격 심각하지만, 혐오 표현 규제는 전무

[※ 편집자 주 = 올들어 예멘 난민 500여명이 제주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예멘 난민신청은 난민수용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난민은 물론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외국인 혐오'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법무부 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8만명(2017년 기준)으로 '2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이에 결혼이주민, 외국인노동자, 난민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앞으로 과제를 점검하는 기획물 3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오수진 기자 = 지난봄 낯선 외양의 외국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들어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대다수 한국인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황스러움은 이내 싸늘함으로 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감과 혐오가 분출됐다.

"외국인들이 국내 일자리를 뺏고 범죄를 많이 일으키며 세금을 내지 않은 채 국내에서 각종 권리만을 누리고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대다수였다.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유입된 존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난민, 유학생, 결혼이주민이 우리의 오랜 이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혐오 문화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괴롭힘과 차별을 정당화한다. 나아가 무차별적인 증오범죄를 만들어낼 위험도 있다.

외국인 혐오와 관련된 각종 가짜뉴스와 게시글은 사실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이주민·난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혐오 대상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제주 예멘 난민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봄 제주 도내에서 여성 변사 사건이 급증했다는 주장이 대표적 '가짜뉴스'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이 주장은 '난민 신청자 급증'과 '여성 변사체 발견'이라는 두 가지 사실을 교묘히 엮어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했다.

이런 현상은 범죄의 원인을 알 수 없거나 그 내용이 잔혹하고 충격적일수록 자주 발생하곤 한다.

지난 10월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생 살해 사건 당시 '범인이 조선족이다'라는 루머가 빠르게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 것도 비슷한 경우다.

외국인 혐오는 출생·국적·종교 등 정체성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거나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방식으로도 생산된다.

최근 몇 년간 '무슬림은 잠재적 성범죄자', '이슬람은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등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글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유포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에 이유 없는 반감을 갖는 경우도 흔하다.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배경을 지닌 학생을 동급생이나 교사가 '다문화'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문화'라는 단어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비하와 혐오의 의미를 담아 사용되는 현실이다.

혐오 문화 피해자의 심리적 충격은 심각하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전무하다.

연볜(延邊)에서 온 중국 동포 A(21) 씨는 "말투에서 묻어나는 억양 때문에 출신을 알아차린 뒤 대놓고 연볜 출신 사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며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는 누군가와 대화도 꺼려지고 항상 주눅 들어 생활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한국 사회 내 인종차별 문제를 담은 독립보고서를 제출하고 지난 2016년 진행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후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주민이 조사 대상자의 56%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우리 사회에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위는 결코 관용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유엔에서 권고한 인종차별을 범죄화하고 위반의 경중에 비례해 적절한 처벌을 규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ujin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