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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하다] 한용운 실장 "남북 공동편찬 겨레말큰사전 5년 뒤 발간"

송고시간2018-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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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사전 이어 전자사전도 편찬…33만 어휘 수록"

"남북이 '함께 만들어 함께 보는' 첫 우리말 사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 편찬실장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 편찬실장

(서울=연합뉴스) 전성옥 논설주간 = "겨레말큰사전은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고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우리말 사전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한용운 편찬위원 겸 편찬실장은 "겨레말큰사전은 분단·지역·사람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기획됐다"며 "남북의 겨레가 '함께 만들어 함께 보는' 첫 우리말 사전이라는 점에서 편찬자들의 사명감이 높다"고 말했다.

50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한 실장은 20대 중반부터 오로지 사전 편찬작업에만 몰두해왔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은 2005년 2월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50여 차례에 걸쳐 북한학자들과 만나 사전 편찬을 위한 지침서 작성과 집필의 실무를 맡아왔다.

한 실장은 "남북 학자들의 공동편찬 회의가 내년 2월에 재개될 예정"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5년 후에는 7천 쪽이 넘는 우리말 큰 사전이 발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동편찬 회의가 만 3년간 열리지 않았다.

▲ 2015년 12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렸던 제25차 공동편찬 회의를 마지막으로 3년 동안 북쪽의 학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편찬 회의가 뜸해지더니 2016년부터는 아예 교류마저 끊겼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끈질기게 북쪽 학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이 없다가 지난달 27일에야 선양(瀋陽)에서 남북의 실무자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제26차 회의를 내년 2월에 하자고 최종 합의했다. 장소는 평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동편찬 회의를 하려면 노트북을 들고 가야 하는데 북한 내 컴퓨터 반입은 유엔의 대북 제재 사항에 속한다. 제재 예외사항으로 인정받으면 평양에서 회의가 열리겠지만, 아니면 선양에서 할 것으로 본다.

-- 겨레말큰사전이란.

▲ 언어의 이질화 극복과 언어 통일을 위해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의 국어학자가 함께 편찬하는 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1989년 고(故)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통일에 대비해 남북이 공동으로 국어사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김 주석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처음 씨앗이 뿌려졌다.

2004년에 남쪽의 ㈔통일맞이와 북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사전 편찬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사업 내용이 구체화됐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2006년 1월 출범했고 이듬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 제정으로 사단법인이 통일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어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북한에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이 '김일성 주석 유훈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단순한 어휘의 통합과 집대성을 넘어 민족문화 공동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진정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다. 또 분단·지역·사람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전이다. 남북의 겨레가 '함께 만들어 함께 보는' 첫 우리말 사전이라는 점에서 편찬자들의 사명감이 높다.

-- 언제 발간되나.

▲ 앞으로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본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은 실무협의회가 꾸려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가장 활발했다. 이 기간에는 해마다 분기별로 한 번씩 공동편찬 회의를 했다. 남북관계 악화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은 회의가 5차례에 그쳤다.

내년에 회의가 재개돼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년 후인 2023년에는 겨레말큰사전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사전 편찬은 보통 10번 정도의 교정·교열 작업을 거친다.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의 맞춤법이 달라 15번은 봐야 한다. 국회에 그렇게 보고하고 사업 기간을 연장했다. 사전 편찬작업을 지원하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은 2007년 4월 제정된 한시법이다. 최근 사업 기간 연장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했다.

-- 편찬과정과 성과는.

▲ 사전 편찬은 크게 올림말(표제어) 선정, 새 어휘 조사, 올림말 집필, 표기 단일화의 과정으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남과 북의 학자들은 그동안 남측 국립국어원에서 출간한 표준국어대사전과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에서 펴낸 조선말대사전의 올림말 가운데 1900년 이후 널리 쓰이는 올림말 23만여 개를 선별했다. 또 두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새로운 어휘 10만여 개를 조사하여 모두 33만여 개의 올림말을 겨레말큰사전에 수록할 예정이다. 새 어휘는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전 국토와 옌볜(延邊) 등 중국 내 조선족자치주, 미국과 일본 등 우리 교민이 사는 지역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찾는다. 현재 7만7천 개의 새 어휘를 조사했다.

올림말 집필은 선정된 올림말의 뜻풀이다. 남북의 학자들이 각각 맡은 올림말에 대해 뜻풀이를 하고 2~3차례 집필 원고를 교환해서 합의된 원고를 작성한다. 공동편찬 회의에서는 1회에 2만 개 정도의 어휘를 다룬다. 이런 절차와 방식으로 뜻풀이가 합의된 어휘는 현재 12만7천 개다. 이 가운데 5분의 4는 남북의 두 사전에서 선별한 어휘이고 나머지는 현장 조사를 통해 얻은 새 어휘다. 사전 편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겨레말큰사전 원고 집필기'를 사용하고 있다.

표기 단일화는 사전에 수록할 어휘의 자모 배열 순서, 두음법칙, 사이시옷 표기, 외래어 표기 등 남북이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어문 규범과 표기를 남북이 합의하여 단일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남쪽에서는 '형태 표기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고, 북측에서는 편찬위원이 표기 위원을 겸하고 있다.

-- 남북 학자들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 우선 소통에 어려움이 크다. 남북의 학자들이 상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전화나 메일을 쓸 수 없고 자유롭게 의논하고 교류할 수 있는 모임도 수시로 가질 수 없다.

남북 학자들은 사전 편찬에 앞서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편찬지침서를 미리 만들었다. 이 지침서에 따라 올림말의 선정과 집필, 표기법, 새 어휘 조사와 선정 등이 이루어진다. 공동편찬 회의가 열리면 9~10일씩 걸리는데 남북 학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표기 단일화 회의 때는 남과 북의 어문 규범이 서로 다르고 양측 주장이 강해 분위기마저 싸늘해진다. 두음법칙과 사이시옷 표기법은 아직도 합의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앞으로도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것 같다. 단일화가 어려워 남과 북의 표기법에 따라 병기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

-- 전자사전 발간 계획은.

▲ 겨레말큰사전은 모두 7천 쪽이 넘는 방대한 사전이 될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조선말대사전처럼 겨레말큰사전도 3권으로 나뉘어 출판하게 된다. 사전 제작에 쓰이는 종이는 특수지여서 전량 수입해와야 한다. 총 3권으로 된 겨레말큰사전 1질의 값은 30만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사전이 고가이면 '함께 만들어 함께 보는'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취지에 어긋난다. 그래서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전자사전을 계획했다. 콤팩트디스크(CD)로 제작한 전자사전을 보급하고 인터넷 공간상에 올릴 웹 사전도 만들 예정이다.

※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용운(51) 편찬위원 겸 편찬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전 편찬 권위자다.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 편수원(1992~1999)을 시작으로 사전 편찬에만 몰두해왔으며 이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국립국어원 지식개발형대사전 편수위원, 한국사전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은 2005년 2월 편찬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부실장을 거쳐 2009년부터 남측 실무 총책임자인 편찬실장을 맡고 있다.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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