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청소년 백일장 대상 현지혜씨 "이주배경은 강점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만약에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게 부끄럽다고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진실이 아니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다문화 멘토로 성장한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 현지혜(20) 씨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현 씨가 남들과 다른 점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어머니가 중국인이라는 것.

혹시라도 자신의 뒤에서 이런 이야기를 수군댈까 봐 현 씨는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중국인이 아니라 이중국적을 가졌고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스로 위축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고백'과 '방어'였던 셈이다.

현 씨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딱히 우리 가족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어려웠던 점도 없었고 외모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겉으로는 다른 점이 전혀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내 배경을 알았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은 견디기 힘들었다"며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나를 보고 동급생들이 중국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을 때는 정말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겪는 현 씨의 고민은 그가 최근 숙명여대 아시아 여성연구원 주최 '이주배경 청소년 온라인 백일장'에 출품한 글에서 잘 드러난다.

'고백'이라는 주제로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다문화 청소년의 정체성 혼란과 고민이 잘 묻어난다. 많은 심사위원의 공감을 산 현 씨의 작품은 대상을 받았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왜 나는 감추고 살아왔을까?', '왜 나는 고백할 용기가 필요했을까', '왜 나는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중략) 저는 대한민국이 자신의 출신과 성장 배경에 대해 '고백'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현 씨의 글 '고백'의 일부)

그는 "이주배경에 대해 글로 표현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이런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참가 배경을 밝혔다.

최근 현 씨는 자신이 겪고 배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나누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현 씨는 "고등학교 때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러한 경험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 현재 지역아동센터, KB 학습멘토링 대학생 봉사단, 구로구청 내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현 씨는 "활동을 하며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다문화 가정이나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자신의 전공인 경제뿐 아니라 이주배경, 인권, 북한 등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실 서로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는 좀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이주배경은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본인의 강점을 살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sujin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