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올해 국정의 최우선이 '경제정책 성과 체감'임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다. 회견문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하며 지난해 회견과는 강조점이 달랐다. 작년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를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재벌개혁 등에 무게를 싣고 혁신성장은 간략하게 언급하는 선에 그쳤지만, 올해는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혁신'을 가장 앞세우며 '포용 국가' 건설 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회견문이 짜였다. 정치개혁과 한반도 평화 이슈 등은 원론적 수준에서 회견문 후반부에 간략하게 배치했다. 올 한해 경제와 민생을 가장 걱정하는 민심을 헤아린 회견으로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수출 6천억불,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 등 외형적 경제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많고 고용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토로했다. 취임 후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도 "고용지표 부진"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9만7천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던 점은 이유가 어디 있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로서는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며 대통령으로서는 자인하기 쉽지 않은 언급까지 했다. 고용지표가 나쁜 이유에 대해 제조업 부진, 산업구조·소비행태의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일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는 불변이라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한다. 국정 목표는 변함없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방법은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읽고 싶다. 지난해 초와는 달라진 경제 진단과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논쟁 대상인 소득주도성장도 정책 기조의 개념으로서 한번 언급했을 뿐 세부 정책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혁신성장이 전면에 나왔다. 3대 플랫폼 경제 투자 확대, 전통 주력 제조업 혁신, 규제혁신, 기업의 신성장 산업 투자 등이 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공정경제 과제로 언급했던 재벌개혁은 이번에 거론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정책의 유연한 변화는 이미 예고됐다.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노동공약 후퇴라고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그 자체로선 좋지만, 그것이 다른 경제 부분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종국엔 노동자조차 일자리가 충분치 않게 되고, 노동자의 고통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노동계도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공동체 전체를 생각할 때다. 견해 차이들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가 3·1 운동, 임시정부수립 100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회견에서 "내년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적시한 것과 대비된다. 입장의 변화라기보다는 '건국론' 논쟁을 피하려는 뜻으로 보고 싶다. 경제에 집중하려는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념적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실사구시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으면 한다. 성과를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과 소통과 경청이 필수다. 신임 노영민 비서실장이 경제계 인사들과 자주 만날 것이 예고됐다. 문 대통령이 회견하는 날 이낙연 총리는 삼성전자를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4단체장과 만났다. 경제 살리기에 다걸기를 하는 당·정·청 행동의 신호탄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