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보다 유리벽 깨는 게 중요"…여성 중간 간부 육성 강조
"CEO는 다양한 의견 듣는 CLO…고객 해외 투자 지원 강화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여성 임원 1명보다 여성 중간 관리자 5∼6명이 더욱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리천장'보다 '유리 벽'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박 사장은 나란히 각자 대표로 취임한 김성현 사장과 함께 앞으로 2년간 KB증권을 이끌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도 유독 유리천장이 견고한 증권업계에서 첫 여성 CEO가 된 박 사장은 여성 임원 배출보다 여성 중간 관리자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업계에 여성 중간 관리층이 많이 키워지지 않았다"며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을 깨서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자리에서 여성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리천장이 승진 제약을 뜻한다면 유리 벽은 여성들이 핵심 업무에서 제외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박 사장은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조흥은행 경제연구소, 삼성화재[000810] 등을 거쳐 2004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일했다.

2017년부터는 KB금융지주 WM(자산관리) 총괄 부사장, KB증권 WM부문 부사장, KB국민은행 WM그룹총괄 부행장을 겸임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제는 장성한 두 아들의 엄마로 일과 가정을 양립해온 박 사장은 "아이들이 클 때까지는 마음 편히 잠을 잔 적이 없었다"며 "많은 (여성 직장인) 후배들이 회사 일을 하면서 육아와 자녀 교육에 신경 쓰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는 한 여성이 잘 되기 위해서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등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구조를 개선하려면 여러 인프라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사장은 "점점 조직문화도 수평적으로 바뀌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지면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며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사장은 취임 소감과 관련해서는 "국내 첫 증권사 여성 CEO로서 어깨가 무겁고, 2년 동안 증권 WM 부사장을 겸직했지만 은행에서 오래 근무한 만큼 증권에서 어떻게 색깔을 바꿔서 잘할 수 있을지를 두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그의 어깨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1,900∼2,370으로 제시했다.

박 사장은 "미국 경기 둔화, 중국 경기 흐름, 미중 무역분쟁 등 올해 예상되는 대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고객들에게는 금리형 상품이나 월 지급 상품 등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고객 자산이 대부분 국내 주식과 상품에 집중되고 해외도 주로 신흥 시장에 집중됐다"며 "곧 개설되는 해외주식 원화 거래 시스템인 '글로벌 원마켓 시스템'이 고객 자산 포트폴리오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자사 홍보에 나섰다.

아울러 "고객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글로벌 투자자산이 중요한 만큼 해외 영업력과 자산 확대를 위해 관련 영업체계, 지원시스템, 리서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에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 사업인 발행 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재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인가를 기다리면서 인가 즉시 사업 개시를 위한 조직구성, 운영방안, 조달·운용 전략 등 세부 준비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박 사장은 "CEO는 고객과 직원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CLO(Chief Listening Officer.최고 청취 책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대내외 소통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과 수익기반 확대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윤경은·전병조 전임 사장이 잘 다진 바탕 위에서 김성현 사장과 함께 실력을 발휘해 톱티어(top-tier) 증권사로 입지를 굳건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2017년 초 새로 출범하고서 통합 3년 차에 접어든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