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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침묵의 카르텔' 깨지 않으면 제2의 조재범 또 나온다

송고시간2019-01-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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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의 파문이 연초부터 체육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체육계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체육계의 성폭력은 폐쇄적인 문화 탓에 더 음습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 선수의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쉽게 드러나기 어려운 체육계의 추한 민낯이다.

심 선수의 폭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빙상계의 성폭력 고발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2개월여 전부터 빙상계의 성폭력 의혹을 접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재 5~6건의 의혹이 있고, 이 중 2건은 피해자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에는 현역 선수도 있고, 미성년자 때부터 피해를 본 선수도 있다는 게 여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체육계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르자 화들짝 놀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민간주도의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게 문체부 대책의 핵심이다. 체육회도 선수촌 내 훈련장·경기장의 CCTV, 라커룸의 비상벨 설치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관계 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는 이제 체육계의 성폭력 사태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주시해야 한다. 급한 불 끄기 식 대책은 근본적인 처방으로서 한계가 있다. 체육계 성폭력의 구조적 요인과 생태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서 세심하게 짠 대책을 내놔야 한다. 코치와 선수의 사제 관계는 주종이나 권력 관계로 변질하기 쉽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력을 거부하고 맞서서 싸우기 어려운 구조다. 피해자는 폭로할 경우 또 다른 피해만 돌아오고 바뀌는 게 없다고 여긴다. 가해자는 죄의식 없이 버젓이 지도자 생활을 이어나가고, 폭력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위에서 폭력을 고발하기보다 이를 동조하거나 묵인·방관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체육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도와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관심이다. 체육계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피해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용기를 줘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심 선수는 정신적 충격 때문에 매일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제2, 제3의 피해자 생기는 것을 우려해 폭로를 결심했다는 것이 변호사의 전언이다. 성폭력은 폭로하기가 고통스럽고 수치스럽지만,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젊은빙상인연대 등 12개 체육·여성·문화 단체가 '스포츠 미투' 캠페인을 벌이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투 운동에 따른 제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우리 사회가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금메달에만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에 영합해 만들어진 국가 주도의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해서도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심 선수는 온 국민의 응원 덕에 고통을 딛고 일어서 10일부터 대표팀 강화훈련에 참여해 모든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했다고 한다. 다음 달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제5, 6차 월드컵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의 용기와 결단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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