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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사라지나…서울 사회과학서점 남은 2곳도 '위태'

송고시간2019-01-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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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40여개서 30년 만에 단 2곳으로…취업·학점에 밀려나

성균관대 '풀무질' 폐업 위기…서울대 '그날이 오면' 살림 줄여 구석으로

중앙대·고대 동문들, 의기투합 '북카페'로 부활 모색

인문사회서점 '풀무질' 지켜온 은종복 씨의 과거와 오늘
인문사회서점 '풀무질' 지켜온 은종복 씨의 과거와 오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에서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을 운영하는 은종복(54)씨. 풀무질은 경영난이 지속되며 오는 5월 폐업할 위기에 놓였다. 왼쪽은 과거 서점 내에서 도시락을 먹던 은씨, 그는 2019년 1월 두번째 일요일인 13일에도 서점 내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2019.1.13 pc@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1980∼90년대 대학생들이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아지트'로 삼았던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의 고사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경영난 속에도 사회과학·인문학의 부활을 꿈꾸며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왔지만, 여태껏 힘들게 밀어온 수레바퀴가 더는 굴러가지 않는다.

14일 서울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교 인근에서 '정통' 인문사회서점을 표방하며 책을 파는 곳은 성균관대 앞 '풀무질'과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단 2곳뿐이다.

1990년대초만 해도 서울 대학가에는 40여개에 달하는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이 자리했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을 두고 '전야'(서울대), '녹두'(동국대), '서강인(서강대), '이어도'(한양대), '오늘의 책'(연세대) 등이 경영난을 이유로 속속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나마 있던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줄폐업하면서 풀무질과 그날이 오면, '인서점'(건국대), '장백서원'(고려대), '청맥'(중앙대) 등만이 남게 됐다.

그 뒤로 10년의 세파를 뚫고서 살아남은 곳은 '풀무질'과 '그날이 오면'뿐. 힘겹게 버텨온 풀무질도 최근 더는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밀린 채무로 인해 올해 5월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폐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풀무질은 1985년 성균관대 앞에 문을 열었다. 사회인문과학 서점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동네 책방' 역할도 해 왔다. 책장을 빼곡히 차지한 사회과학 서적 한편으로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자녀들을 맞이할 양질의 동화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1993년부터 풀무질 대표를 맡아온 은종복(54) 씨는 "5월까지 운영하면서 인수할 사람을 찾을 계획"이라며 "인수하는 사람이 없다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적자가 누적돼 출판사와 은행 등에 갚을 돈이 1억원이 넘는다""며 "요즘은 하루에 30여명, 방학 때는 20여명의 손님이 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에 뛰어들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책을 볼 여유가 별로 없다"며 "인문학,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 오히려 고시생들이 사는 수험 서적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5월이 돼도 인수자가 안 나올 경우 성균관대 앞 '풀무질'은 사라지겠지만, 제주도에 내려가서 풀무질이라는 이름으로 서점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자리에는 코인노래방이나 술집이 들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날이 오면'은 풀무질만큼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서점 규모가 크게 줄었다.

1988년 개업한 그날이 오면은 서울대 주변 5~6개에 달했던 인문사회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을 동안에도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1990년부터 그날이 오면을 운영한 김동운 대표는 "이미 예전부터 경제 사정이 어려웠다"면서 "지난해에는 규모를 줄여 임대료가 더 저렴한 지금 위치로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서점이 이사하면서 82.5㎡였던 가게 규모는 3분의 1 수준인 29.7㎡로 크게 줄었다. 서점 위치도 고시촌 대로변에서 골목 안쪽으로 1㎞ 들어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06년 후원회가 만들어져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며 "많은 분이 적극 도와주고 있다. 매달 자동이체로 일정 후원금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런 위기 속에도 새로운 몸부림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주로 대학 동문이 주축이 돼 사라진 인문·사회과학서점을 북카페로 바꿔 재개업을 하는 것이다. 가게를 찾는 대상도 대학생을 넘어 가족, 연인 등으로 확대했다.

2011년 문을 닫은 중앙대의 청맥은 지난해 '청맥살롱'이라는 카페로 재탄생했다. 청맥살롱은 청맥처럼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아니지만, 다양한 도서를 판매하는 북카페다.

청맥살롱 대표인 최지애(39) 씨는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학창 시절 다녔던 청맥이 사라져 안타까웠다"며 "비록 생존을 위해 인문과학서점이 아닌 북카페로 개업을 했지만, '문화 아지트'였던 청맥의 명맥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에 청맥을 운영했던 사장님에게도 이름 사용을 허락받았다"며 웃었다.

고려대 앞 대표적 인문사회서점이었던 '장백서원'은 2001년 문을 닫았지만, 서점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려대 사회학과 90학번인 김준수 씨와 경영학과 90학번 이동주 씨는 2016년 안암역 인근에 인문사회과학서점이자 북카페인 '지식을 담다'를 개업했다.

김씨는 "후배들이 학점을 따고 스펙을 쌓느라 인문적 소양을 쌓기 버거운 상황"이라며 "후배들에게 탈출구가 되고 싶었다. 처음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나왔고 결국 사고(개업)를 쳤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솔직히 운영은 쉽지 않다. 적자를 보면서 운영하고 있다"며 "저자와의 대화나 인문학 강의 등의 행사를 열어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겨내 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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