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삐걱댔던 두 '키맨', 정상들에 넘길 비핵화-상응조치 초안 만들까
영변폐기-연락사무소 설치 등 논의될듯…개성공단 제재유예 다뤄질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북미 고위급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의 '키맨'인 두 사람의 대좌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걸 언제 볼 수 있냐고 질문하자 "우리는 세부 사항을 도출(work out)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7∼10일 중국 방문을 전후로 북미가 하루가 멀다하고 제2차 정상회담 관련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우선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통해 뉴욕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당초 지난해 11월 8일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사이의 뉴욕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북한 측의 요구로 연기됐던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을 찾는 시기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중동 순방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6∼17일 미국의 재외공관장 회의 이후 이르면 이번 주말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지속되면서 미 정부의 인력 운용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폼페이오 장관의 수행이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도 취소된 상태여서 회동까지 더 여유를 둘 수도 있다.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연상케 하는 두 인사는 지난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둘은 폼페이오 장관의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가동된 북미 간 막후 채널의 카운터파트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인 3월말∼4월초 북한을 찾아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조율했고, 5월 9일에는 김 위원장 면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정하고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도 성사시켰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5월말∼6월초 미국 뉴욕과 워싱턴DC를 오가며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사이의 협의는 등락이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7월 방북 당시에 둘은 두 차례 마주 앉았으나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고, 그것은 상당 기간 대화 교착으로 연결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이어진 10월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는 김 부위원장은 옆으로 비켜서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협의에 나섰다. 그리고 11월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발표까지 됐다가 돌연 연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두 사람이 새롭게 의기투합함으로써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의 예상대로 2월 중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둘 사이에 의제 협상에서 확실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관측이 높다.

아직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서는 입장 차이가 첨예하며,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핵무기 및 핵물질'의 폐기 논의와 핵 신고에 대해서는 북한이 현재로선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밝힌 이른바 핵무기 '4불(不)'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에 대해 미국이 양국관계 정상화 및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미 거론한 영변 핵시설 및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기와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및 인도지원 재개 카드 등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 미국 측이 제재 예외를 적용하려 할지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 있어서는 핵탄두나 핵물질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협상의 목표와 관련, '미국민 안전'을 강조한 것이 핵무기를 미국 본토로 운반하는 수단(ICBM)을 봉쇄하는데 최우선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영철-폼페이오 협의때 의제 측면에서 중대 진전이 이뤄질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날짜 발표가 그로부터 머지 않아 이뤄질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가 1순위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기는 이르면 2월 중에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이번주 후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정상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할 수는 없으니 고위급 회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국이 비핵화를 먼저 하고 평화체제 구축-북미관계 정상화 관련 조치는 다음에 하자는 식으로 나오면 합의가 어렵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관련, 비록 초보적인 조치일지라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 이행 순서(시퀀스)를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 고위급회담, 정상회담이 이제 가시권에 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위급회담에서는 실무적, 절차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고 두 정상 간 담판에서 사안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핵동결과 영변 이외 새로운 핵단지 폐기, ICBM 정도를 줄 수 있을 것이고, 미국은 종전선언·평화협정 논의 및 같은 차원에서의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주의적 지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카드를 상응조치로 줄 수 있다"고 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구체적인 시간·장소가 담긴 고위급회담을 북측에 제안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만나면 정상회담까지 빠르면 4주 정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북한이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받아내려면 영변 핵시설의 시료 채취를 포함한 철저한 신고·검증이나 아니면 최근 미국 측 언급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ICBM까지는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