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유족 보상비용 1조원 넘을 듯
행안위, 보상액 연차지급 등 지급방안 마련 주문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올해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보상에 드는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현실적인 지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 을)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제주 4·3특별법'(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희생자와 유족에게 지급할 보상비용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에 따라 희생자 및 유족의 보상을 위한 재원 조달이 가능하도록 보상액 연차 지급 등의 구체적인 지급 방안 마련을 행정안전부에 주문했다.

정부가 보상 비용 지급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논의도 순차적으로 미뤄진다.

오영훈 의원실 관계자는 "오 의원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장 등이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염원을 행안부에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의지를 다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도 4·3특별법 제정 20년을 맞아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 "4·3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인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4·3특위는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유족들과 도내 각 기관·단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전국 지방의회와 연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제주4·3유족회 등 4·3단체는 물론, 원희룡 제주지사와 도내 각 정당 제주도당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4·3특별법은 1999년 1월 12일 제정됐다. 제정 당시 법률은 제주 4.3 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이 법은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바탕으로 2007년 1월 전면 개정돼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으로 구체적 기술이 이뤄졌다.

또 2007년 5월과 2013년 8월, 2014년 1월, 2016년 5월 일부 개정됐다.

◇ 새롭게 추진되는 4·3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등 60명이 2017년 12월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우선 법률의 명칭을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변경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의 명칭에도 각각 '보상'을 추가해 보상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처리 또는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명예회복 및 보상' 조항을 신설, 국가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및 보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체 없이 시행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제주4·3사건을 '미군정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기존 법의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란 정의와 사뭇 다르다.

개정안에서는 '3·1절 행사에서의 경찰의 발포사건'과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도민의 저항'을 명시했다.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도민 희생'을 명확하게 서술했다.

'희생자와 유족은 제주4·3사건의 해결을 위한 공적인 절차에 참여하고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 조항을 신설했다.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제주4·3 트라우마 치유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위원회의 사실 조사와 관계기관의 협조 의무, 위원회 활동 보고서를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위원회의 결정으로 인정된 제주4·3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해 희생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일부 극우단체의 부정과 왜곡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국가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제주4·3사건을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역사교육과 인권교육을 시행하도록 했다.

'군사재판의 무효' 조항을 신설, 1948년 12월 29일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 3∼9일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18호 및 각각의 명령서에 첨부된 별지 상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각 군사재판이 무효라고 명시했다.

당시 불법적 군사재판이 무효인 점을 명확히 하고, 법무부 장관은 재판의 무효를 관보에 게재하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이밖에 추모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제주4·3평화재단 유사명칭의 사용 금지, 진상규명 조사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자에 대한 과태료, 위원회 위원 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자 등에 대한 벌칙 조항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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