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 친환경 캠퍼스 조성 명분으로 들여놓고는 사실상 '방치'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한 국립대학교에서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한다며 들여온 꽃사슴을 돌밭 위에 울타리를 치고 사육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

인적이 드문 캠퍼스 끝자락 공터에 들어서자 꽃사슴 15마리가 있는 울타리가 보였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돌밭 위에서 울타리에 갇힌 사슴 15마리가 서성이고 있었다.

이곳은 2013년 10월 한국해양대학교가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한다'며 박한일 총장이 직접 꽃사슴 4마리를 기증해 만든 꽃사슴 사육장.

당시 학교 측은 "자칫 정서가 메마르기 쉬운 학생들에게 가까이서 동물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우리 학교가 동물까지 어우러져 살아 숨 쉬는 캠퍼스로 거듭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꽃사슴들이 사는 곳은 친환경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해양대는 2013년 많은 학생이 구경할 수 있는 기숙사 뒤편에 사육장을 조성했다.

당시 수컷 1마리와 암컷 4마리를 들여왔는데 5년 만에 15마리로 늘어났다. 근데 늘어난 개체 수보다 사육장은 비좁았고 배설물과 악취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교는 일부 꽃사슴을 동물원 등에 분양하려 했지만 나서는 곳이 아무도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학교는 2018년 4월 인적이 드문 공터에 새 사육장을 조성했고, 한때 사랑을 받던 꽃사슴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현재 위치로 옮겨가야 했다.

문제는 새로 조성된 사육장이 사슴이 서식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돌밭이었다.

사육장 바로 앞에는 건축자재가 놓여 있어 자칫 사슴들이 학교 구석에 방치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해양대 관계자는 "조경 관리사가 하루 3번 꼬박꼬박 밥을 주고 정성 들여 보살피고 있다"며 "동물원 등에서 조언을 받아 경사가 있거나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장소를 찾다 보니 현 위치를 선택하게 됐고 꽃사슴이 서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 생각은 달랐다.

모 동물원 관계자는 "사진으로 보면 사육장에 풀과 흙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사슴 서식환경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들여올 때 늘어나는 개체 수나 서식환경, 사후 관리 등을 고려하고 들여와야 하는데 무작정 들여오다 보니 나중에는 처치 곤란 신세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는 "사육장을 옮길 당시에 풀이 있었지만, 사슴이 다 뜯어 먹은 상태다"며 "큰 돌을 치우는 등 서식환경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