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압력용기 아닌 일반용기로 공기누출 시험하다 사고

(김천=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1주일 전 경북 김천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20대 근로자가 저장탱크 폭발로 숨진 사고는 회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의한 인재로 밝혀졌다.

김천경찰서는 14일 폭발한 화학물질 저장탱크가 특수 압력용기(탱크)가 아닌 일반용기임을 확인하고 원청·하청업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5시 23분께 김천시 대광동 대광농공단지내 화학물질 재순환업체 K사에서 직원 5명이 새로 설치한 저장탱크의 누출 여부를 점검하는 기밀(氣密)시험을 하다 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입사 4개월 된 근로자 변모(27)씨가 숨졌다.

폭발한 화학물질 저장탱크는 지름 1.5m, 높이 2m로 특수제작한 압력용기가 아니라 일반용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제작된 저장탱크는 K사 원청업체인 S사에서 일반용기(보증기간 1년)로 사용한 후 수년간 창고에 방치했다가 이번에 K사에 화학물질 저장용 탱크로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력 2kgf/㎠ 이상을 견디는 저장탱크는 특수용기로 제작돼 안전보건공단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압력단위인 kgf/㎠는 ㎠당 1kg의 힘(force)이 미친다는 의미다.

그러나 K사는 일반용기를 압력용기로 잘못 알고 2kgf/㎠의 압력으로 공기를 주입했다가 새는 소리가 나자 입사 4개월 된 변씨가 다가가 살펴보던 중 변을 당했다.

소방 전문가는 "압력 2kgf/㎠의 탱크가 폭발하면 인접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력이 강하다"며 "1인치 호스의 물이 위로 20m 치솟는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 당시 탱크가 폭발하면서 뚜껑이 천정을 때린 뒤 땅에 떨어졌고 공기 누수를 점검하던 변씨는 옆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경찰은 원청업체인 S사가 하청업체 K사에 황산-니켈 저장용으로 일반용기를 제공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반용기를 대상으로 기밀시험을 해선 절대 안 되는데도 검사를 하다가 사고를 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S사는 작년 5월 회사 바로 옆에 화학물질 재순환 2공장을 지어 K사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사고가 난 2공장은 타 기업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화학물질을 재활용품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폐화학물질에 황산을 넣어 녹인 후 니켈을 뽑아내 일반전지 원료를 생산한다.

원청업체 S사 관계자는 "1·2공장은 폐화학물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재순환업체로 수년 전 1공장에서 가벼운 산업재해 사고가 있었을 뿐 다른 사고는 없었다"며 "하청업체에 맡긴 공장 운영도 위험의 외주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주환 김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사고 원인이 사실상 나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온 후에 형사처분 대상자를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