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재배정 사태 놓고 학부모 항의…"정원 미달학교가 더 문제"

(세종=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구제 대상이 된 학생을 포함해 모든 학생이 피해자입니다. 정원이 미달한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 더 문제지요."

14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최교진 교육감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한 부모가 말한 내용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교 신입생 배정 오류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최 교육감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브리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1일 아직껏 교육 당국이 파악도 못 한 원인에 따른 오류로 첫 배정이 무효가 됐다. 서둘러 재배정한 결과 195명이 첫 번째 배정과는 전혀 다른 고교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193명은 최초 1지망 학교에서 2·3지망 학교로 배정받았다.

학부모 100여명이 교육청의 성급한 재배정에 따라 자녀가 피해를 봤다며 밤샘 농성을 벌이자 교육청은 재배정 결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은 이날부터 16일까지 195명을 대상으로 의사를 확인할 방침이다.

1지망에서 2·3지망으로 재배정된 학생 193명이 모두 구제를 원할 경우 한솔고와 아름고, 보람고, 새롬고는 학급을 증설해야 한다. 종촌고는 학급당 학생 수를 2∼3명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학교에는 최소 29명에서 53명까지 학생 수가 늘게 된다.

반면 신설학교인 다정고는 최대 61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든다. 성남고와 도담고, 고운고, 양지고, 두루고, 소담고도 학생 수가 감소한다.

교육청은 입학 전 전학과 추가 배정을 통해 이들 학교에 학생을 우선 배정하고, 추후 전입생에 대한 배정에서도 해당 학교에 우선 배정해 정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이 평준화 실시 명분으로 내세워 온 '근거리 배정 원칙'이 깨지면서 또 다른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교육청의 원칙도 없는 졸속 처리 과정에 학부모들은 쓴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구제받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 모든 학생이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대로 된 교육청이라면 왜 1차 배정이 잘못됐는지 알려주고, 사과하고, 엄마들을 진정시킨 뒤 2차 배정으로 가야 했다"며 "정원 미달학교에 배정된 아이들은 보상을 누가 해주실 건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1지망 학교에 배정된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해서 왔음에도 상실감을 갖게 된다"며 "아이들이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왜 이 부분은 생각 안 하고 과밀학교만 걱정하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정원 미달학교가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면밀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정원 미달학교는 내신 1등급 학생 수가 적어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려 하고, 과밀학교는 학급수가 늘어나서 교실·특수활동실 부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제대로 따지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재배정 결과 선의의 피해를 본 학생을 구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오류가 발생한 것을 파악한 후 교육청을 찾은 학생, 학부모를 보면서 힘들어도 교육청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긴급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란을 초래해 학생 및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 가족과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된 데 대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이른 시일 내 학교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배정 고등학교별 예비소집일도 오는 15일 오후 2시에서 22일 오후 2시로 한 주 연기했다.

최종 배정학교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교육청 및 출신 중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