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표현한 화면에 신경 많이 썼다…故 키키 키린은 따뜻한 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인생에는 천천히 알아가서 좋은 것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매일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일일시호일'은 한 여성이 다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감독 오모리 다쓰시(49)를 14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만났다. 동명 에세이가 원작인 '일일시호일'은 오모리 감독의 첫 한국 개봉작이다.

책을 영화로 옮긴 이유에 대해 감독은 "이 책처럼 여성의 인생을 그리는 영화를 항상 찍고 싶었다"며 "일본에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도 별로 없고 사회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노리코(구로키 하루 분)는 역시 여성인 다케타(故 키키 키린)로부터 다도를 배우며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뜻을 알아간다.

"살다 보면 보고 바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해도 모르는 게 있잖아요? '옆에 두고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알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인생이 풍요로워지거든요."

영화 후반부, 큰 슬픔을 겪은 노리코에게 다케타 선생이 함께 툇마루에 앉아 위로를 건네는 장면은 감독에게도, 관객에게도 특별하다.

오모리 감독은 "이 장면은 원작에 없는 부분이다. 이 장면을 위해 원작자를 설득했다"며 "시나리오에는 다케타가 우는 거로 돼 있었는데 키키 키린 씨가 울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해 타계한 일본의 '국민 엄마' 키키 키린의 마지막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번에 처음 뵈었는데 처음엔 무섭게 느껴졌어요. 그러나 다른 배우와 스태프를 사랑으로 감싸주시더라고요. 그분의 연기는 생활의 연장인 것 같았습니다. 다케타가 너무 무섭기만 한 선생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드럽고 착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라서 균형을 딱 맞춰주셨죠."

구로키 하루의 연기도 극을 차분하지만, 힘있게 끌어간다.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구로키 하루와 함께 일을 하고 싶었어요. 동시대 여배우 중에서는 최고 연기력을 보여주거든요. 정작 배우는 차분한 역할보다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요. (웃음) 20대와 40대의 노리코를 다르게 연출하기 위해 의상, 화장, 머리 모양을 다르게 했어요. 발성과 말투 차이는 배우가 알아서 해줬습니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24년을 표현하며 각 계절을 섬세하게 담아낸 화면도 관객 눈을 사로잡는다. 촬영에 최소 1년은 걸렸을 것 같지만 24년을 그리는 데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각 계절을 표현하는 화면이 이 영화 승부처라고 생각했거든요. 계절에 따라 조명을 다르게 두고 식물도 전부 다시 심었죠. 겨울을 표현할 때는 김이 나는 화로를 뒀고요.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영화는 다도라는 일본 문화를 통한 여성 삶을 비추지만, 분명히 한국 여성들에게도 마음에 닿는 메시지가 있다.

"노리코가 20대를 보낸 1990년대는 지금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 활발하지 않았잖아요. 삶에 대한 고민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여성에게는 공통적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 삶을 다루면서 이런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