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 "시민 광장에 北 인공기 웬말이냐" 집단 항의 전화
안성시 "3년 전 보수공사하면서 넣은 장식…민원 해결 차원서 설계 변경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경기 안성시가 때아닌 '북풍(北風)'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안성시에 따르면 최근 며칠 새 '북한 인공기를 본뜬 내혜홀 광장의 모양을 당장 바꿔야 한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며칠 전 한 어르신이 전화하신 이후 오늘 갑자기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 항의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경기도 안성시가 인공기를 품고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을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이 게시물에는 별 문양이 그려진 내혜홀 광장의 위성사진 아래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각종 행사도 열리는 공간인데, 인공기 모양의 시민광장이 웬 말입니까! 여기가 북한입니까?"라는 글이 적혀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안성시 산림녹지과 전화번호도 기재돼 있다.

이 게시물은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우선 이 게시물이 문제 삼는 안성시 내혜홀 광장에 커다란 별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시물의 내혜홀 광장 위성사진은 포털 사이트의 지도에 나오는 내혜홀 광장 위성사진과 똑같다.

그러나 안성시는 2015년 10월 공원 보도블록 교체 공사 때 장식으로 넣은 문양일 뿐 북한과의 연계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광장을 감싸고 있는 청록색은 시민들이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아스콘 트랙으로, 광장이 조성될 때부터 있었다.

보수 공사를 담당한 주무관은 "광장은 넓은데 너무 밋밋해서 포인트를 주기 위해 별 모양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무원 22년 차인 이 주무관은 "(북한과의 연관성은) 생각도 못 했다"며 "공사를 마치고 이런 민원이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안성시는 2004년 사업비 약 81억원을 들여 7천784㎡ 규모로 내혜홀 광장을 조성했다. 안성시는 이 광장에서 공연, 축제, 장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무거운 장비를 실은 차량들이 오가며 보도블록이 상했고, 2015년 보도블록 전체를 교체하는 보수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별 문양이 그려진 원 부분만 보도블록이 바뀌었다는 일부 보수 커뮤니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보수 공사가 진행될 당시 안성시장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황은성 자유한국당 경기안성시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었다.

안성시는 공사가 끝난 지 3년도 지난 지금 이러한 민원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면서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광장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관계자는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가능하면 빨리 민원을 처리하려고 한다"며 "별 문양이 그려진 직경 14m 원안에 보도블록이 대략 7천장 들어가는데, 400만원 상당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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