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점유율 60.3%의 '지배하는 축구'에도 결정적인 한 방은 '실종'
느린 템포 탓에 카타르 수비 뒷공간 침투 실패…부상 악재도 발목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벤투호의 '지배하는 축구'가 밀집 수비를 펼친 카타르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려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구상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상대인 카타르에 통하지 않았다.

특히 느린 템포에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횡패스 남발은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은 고사하고 15년 만의 8강 탈락이라는 '아부다비 참사'를 자초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와 8강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 때 "카타르는 수비와 공격 조직력이 뛰어나고 빠른 선수가 많아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압박하고 수비 뒷공간을 잘 지키겠다"고 말했다.

카타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3위로 한국(53위)보다 40계단이 낮지만, 공수 짜임새가 좋은 '중동의 복병'이기 때문이었다.

카타르는 E조 조별리그에서 까다로운 상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물리치는 등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는 매서운 화력을 보여줬다.

카타르의 다득점에는 스피드와 결정력을 앞세워 '3경기 7골'을 뽑은 골잡이 알모에즈 알리(알두하일)가 있었다.

또 이라크와 16강전 1-0 승리까지 4경기에서 11골을 뽑으면서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카타르는 한국과 8강전에서도 스리백 수비라인을 기본으로 좌우 윙백이 가담할 때 다섯 명이 늘어서는 극단적인 밀집 수비로 한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반면 한국은 바레인과 16강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돌파 능력을 보여줬던 황희찬(함부르크)이 사타구니 통증으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벤투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황희찬 자리에 손흥민(토트넘)을 세우고, 황인범(대전)을 공격형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등 황희찬 결장에 따른 포지션 시프트를 단행했다.

앞서 기성용(뉴캐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햄스트링과 오른쪽 발가락을 다쳐 가동하지 못하는 전력 손실에 이은 또 한 번의 부상 악재였다.

'캡틴' 손흥민은 중국전 출장 이후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바레인과 16강전과 마찬가지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익숙하지 않은 오른쪽 날개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더욱 한국의 발목을 잡은 건 느린 템포에다 단조롭기까지 한 공격 패턴이었다.

카타르의 밀집 수비에 막힌 한국은 공을 돌리며 횡패스와 백패스로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를 이어갔다.

빈약한 공격과 골 결정력 부족도 문제였다.

한국은 전반에 5개의 슈팅에 그쳤고, 이 중 유효 슈팅은 '제로'였다.

후반까지 10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 슈팅은 2개뿐이었다.

앞서 16강까지 4경기에서 6골에 그친 한국의 무딘 창이 견고한 방패로 무장한 카타르의 수비를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카타르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고, 결국 후반 33분 압델아지즈 하팀의 한 방으로 한국의 골문을 열었다.

답답한 점유율 축구로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한국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카타르는 역습 기회에서 하팀의 결정적인 한 방으로 득점하는 효율적인 축구로 결국 1-0 승리와 함께 준결승 티켓을 가져갔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공격 때 우리 선수들이 빠르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다섯 명이 늘어선 카타르의 수비벽을 허물지 못했다"고 패인을 지적한 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벤투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이어 "문선민과 김신욱 또는 석현준 등 다양한 성향의 선수로 팀을 꾸리지 못한 게 독이 됐다"면서 "아울러 중국전에 너무 오래 뛴 손흥민 선수가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토너먼트에 나서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