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자유한국당 모습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수준을 넘기고 있다.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과 건강한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한 정책·노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의 소중한 기회로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인사들의 망언과 자중지란에 어이없는 '박심' 논란까지 가세하며, 신뢰를 스스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게 지금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말 전당대회는 '반쪽 전대'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11일 2·27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루 전날에는 홍 전 대표를 포함한 6명의 당권 주자가 전대와 북미정상회담 시기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전대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대로라면 당권을 겨냥해 뛰어왔던 8명 주자 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당이 기대하던 컨벤션 효과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경기 진행 중 룰이나 일정 변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원만히 수습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실망스럽다.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일부 의원들의 공청회 '망언'은 재삼 언급할 가치도 없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번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당내 친박-비박 간의 편가르기 논란이 불거지더니, 최근에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박근혜 표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 논쟁을 연상시키는 듯한 '박심' 논란이 제1야당 전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상황은 당 내부와 일반 국민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괴리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한국당은 자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당한 데 이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단 참패를 겪었다. 이후 당 내부에서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근본적 혁신과 대대적 쇄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는 흐름은 탄핵 2년이 다 되도록 한국당이 크게 변한 게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행여나 최근 경제지표 악화 등 정부·여당의 일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오른 지지율 상승 '착시'에 안주해 구태로 되돌아간다면 수권정당의 꿈은 영영 멀어질 뿐이다. 한국당이 민심의 회초리에 지금이라도 자성하며 진정 혁신하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의 인내도 한계에 직면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