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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서울에 고려인센터 세우겠다"

송고시간2019-02-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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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수장 공백 딛고 두 달 전 취임…"조직 정비와 운영 내실 다져"

"유라시아 대장정 답방 꼭 이루겠다"…"약자 배려와 포용적 태도 절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이 취임 두 달 만인 2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평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이 취임 두 달 만인 2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평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수장의 공석으로 파행 운영을 겪어온 북방동포 지원 비정부기구인 동북아평화연대(약칭 동평)가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권오병(64) 이사장을 추대하고 조직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제4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봉준 화백이 개인 사정으로 한 달 만에 사퇴하자 신명철 공동대표(한경대 교수)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명맥을 이어왔으며, 지난해 10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직 재편 방안을 논의한 뒤 12월 11일 임시총회를 열어 권오병 비대위원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시민단체들과 인연을 맺고 곁에서 도운 지는 오래됐지만 35년 동안 사업에만 매달려온 제가 과연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아내도 한사코 말렸죠. 그러나 북방동포 지원과 연대 사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동평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추대를 수락했습니다. 이제는 아내도 이 일을 이해해줍니다."

이사장에 선임된 지 꼭 두 달을 맞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평 사무실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신중한 태도로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으면서도 북방동포 지원의 필요성과 동평의 역할에 관해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하며 시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무역회사(중앙무역)를 창업했다가 실패한 뒤 1989년 물환경 복원 전문기업 예원통상(현 아썸)을 창업했다. 한양대·강원대 대학원에서 각각 환경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오염된 하천이나 호수를 생태공학으로 정화하는 특허 기술을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발기인으로 나섰고 경기도 양평군 경실련 공동대표도 지냈다. 도재영 3대 이사장의 권유로 5년 전 동평 후원회원이 됐고 3년 전 이사로 참여했다가 수장에까지 올랐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은 11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귀환 동포에게 우리말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은 11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귀환 동포에게 우리말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평의 역사는 1996년 창립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조선족(중국 동포) 사기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산하에 재외동포센터가 설립된 데 이어 2001년 10월 동평 창립대회를 열어 독립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CIS 동포(고려인)와 중국 동포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제도개선 활동을 펼치며 2009년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고려인문화센터를 준공하고, 2014년에는 '고려인 강제이주 150주년 기념 유라시아 대장정 국민 랠리'를 성사시켰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을 거치며 진보적 성향인 동평의 활동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와의 협력사업이 속속 떨어져 나갔고 남북관계가 경색돼 북방동포들과의 교류도 줄었죠. 초창기에 활동하던 분들이 갈수록 연로해지는데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제가 비상대책위에 합류해보니 사무실 유지비나 상근자 급여도 못 주는 형편이더군요. 이사진을 개편하고 후원회원을 늘려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새로 영입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조직과 운영의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동평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19차 정기총회와 제5대 이사장 취임식을 연다. 권 이사장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업무를 해왔지만 이 자리에서 새 이사진을 확정하고 올해 사업계획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동평은 고려인과 중국 동포 대상의 주말학교를 3개 운영해왔습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우리말과 한국 문화를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가 고집을 부려 2개를 추가로 세웠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광희동에 동대문고려인한글학교가 문을 열었고 고려인청소년학교는 오는 16일 제1기 수료식 및 발표회를 엽니다."

권 이사장의 임기는 전임 이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3월까지지만 이후의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눈앞의 목표는 '고려인 유라시아 대장정 국민 랠리'의 답방 형식으로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한을 관통한 뒤 러시아 연해주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가는 것이다. 랠리에는 차량 20대가 동원되고 취재차량 10대도 동행할 예정이다. 당초 올해로 계획했으나 남북관계가 불투명한 탓에 당국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으로 미뤄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낮은 단계부터 남북교류가 재개될 겁니다. 국민 랠리 행렬이 북한을 통과하는 것은 대북제재와 무관하므로 큰 문제가 없겠죠. 북미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텐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국민 여론의 힘으로 막고자 시민단체들이 조만간 성명을 내기로 했습니다. 남북 분단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지만 재외동포들은 남북한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쟁과 대립에서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면 재외동포들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평이 모태가 돼 경기도 안산에 설립한 고려인센터를 서울에 추가로 세우는 것도 권 이사장의 숙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2017년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려인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약속했으나 올해 서울시 예산에는 타당성 조사비(3천만 원)만 반영됐다고 한다. 서울시가 공간을 마련하고 동평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언어·문화 교육, 취미 교실, 자조 모임, 기념행사 등의 공간으로 꾸며나가겠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복안이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은 27∼2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재외동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은 27∼2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재외동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그에 따른 준비에도 한창이다. 7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해외단체 등이 모여 만든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3월 1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기념행사에 동평도 참여한다.

동평은 100년 전 3월 1일의 함성이 기폭제가 돼 3월 13일과 17일 각각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기리고자 해외교포문제연구소·흥사단통일운동본부·중국동포한마음협회 등과 함께 2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지하 1층에서 기념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광평 중국 용정(龍井) 3·13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이 특별 초청돼 발표에 나선다.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3세대까지만 인정되던 재외동포의 인정 기준을 4세대 이후로 확대하는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시행령안이 통과돼 발효되면 국내의 고려인 4세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머물 수 있게 된다.

권 이사장은 "국내 귀환 동포들과 동평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고려인과 중국 동포의 정착을 돕기 위해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취업의 문호를 넓히는 한편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치해 포용적인 재외동포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작년 한 영화가 서울의 중국 동포 밀집지역을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묘사해 우리가 동포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귀환 동포들이 어렵게 살긴 하지만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훨씬 낮습니다. 지난해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것을 두고도 범죄 우려를 부추긴 언론사가 있었죠. 팩트가 틀렸을 뿐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에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사이버공간을 보면 젊은이 사이에서 반다문화 현상의 징후가 보이기도 하는데, 올바르지 못한 교육 풍토와 선정적인 보도 태도의 영향이 있는 듯합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이 아쉽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더 노력해야죠."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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