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출판물 명예훼손죄 적용 가능…'비난 가능성 크다'고 볼 여지"
"양형기준 초안 따라 최대 징역 3년 9개월 가능"…사실관계·면책특권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킨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단체들이 해당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공산이 큰 데다 최근 법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의 양형기준 초안을 마련하면서 사법적 판단 결과에 벌써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발언이 사실로 인정되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마저 부정될 경우 최대 3년 9개월에 이르는 징역형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18 모독' 논란 공청회 김진태·이종명·김순례는 누구 /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이런 예상은 법원이 최근 마련한 명예훼손죄 양형기준안 초안을 적용한 것이다.

초안은 출판물 등을 이용해 범행을 한 경우 일반적으로 징역 6개월∼1년 4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가중해 징역 8개월∼2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형량을 50% 재차 가중하면 최대 3년 9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양형기준안 초안 [자료제공=대법원]

감경 기본 가중
일반 명예훼손 ∼6월 4월∼1년 6월∼1년6월
출판물 등 이용 명예훼손 ∼8월 6월∼1년4월 8월∼2년6월

법조계에서는 김진태 의원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청회 형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사안이어서 일반 명예훼손죄가 아닌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것으로 관측된다.

판례는 컴퓨터로 출력한 A4용지 등을 이용한 경우에는 출판물이 아니라고 보지만, 인쇄·제본된 자료를 통해 명예훼손을 한 경우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본다.

논란이 된 공청회가 불특정다수의 행사 참석자에게 정식 발표자료를 배포하는 형태로 진행된 만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비하 표현의 비난 가능성을 두고도 가볍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양형기준안 초안에 따르면 비난 가능성은 ▲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가 있는지 ▲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는지 ▲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지 ▲ 피지휘자를 교사한 범행인지 등을 따져 판단한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기본 형량 범위인 징역 6개월∼1년 4개월이 아니라 가중 형량 범위인 징역 8개월∼2년 6개월로 처벌한다.

김 의원 등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공개된 공청회 자리에서 5·18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에 의해 허위사실로 인정된 '북한군 투입설'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범행수법'으로 간주하는 발언 내용 역시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처벌 가능성은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직무상 발언이나 행위로 인정돼 면책특권이 적용되면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형사책임을 피한다.

다만 판례 등에 비춰 김 의원 등에게 면책특권이 적용되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법원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한 혐의로 2007년 재판에 넘겨진 고(故) 노회찬 의원에 대해 '직무상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며 면책특권을 부정한 바 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