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차관과 간담회…"기숙형·통학형 시설 시급"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상담받고 교육받을 곳은 전국에 2천곳이 넘는데 피해 학생이 상처를 치유할 곳은 손에 꼽습니다. 피해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 절실합니다."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부모들이 12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해맑음센터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을 만나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기관 증설을 호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10여명은 대안학교에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경험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피해 학생끼리만 상처를 나눌 전담 치유기관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일정 기간 대안교육 치유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학교 형태의 기관은 이날 간담회가 열린 대전 해맑음센터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해 자치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가해 아이들은 떳떳하게 학교 다니고, '왜 신고하느냐'며 우리 애한테 돌을 던졌다"면서 "아이가 '해맑음센터가 없었으면 나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숙형 기관이 더 많아야 한다"고 읍소했다.

다른 학부모는 "학생이 다른 학생한테 자전거를 빼앗기면 학교폭력인데 학교에서는 절도라며 경찰에 고소하라고 한다. 학교가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사이에 가해 학생들은 고소하냐며 또 때린다. 피해학생이 갈 곳이 필요하다. 통학형이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당장 피해학생 지원센터 수를 늘리려는 정책이 시행되면 가해 학생이나 부적응 학생을 모두 받던 기존 기관에 피해자 상담기관이라는 '명패'만 걸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숫자보다는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 역시 자녀의 상처를 돌보면서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데, 학부모 상처 치유에는 국가가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사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상담실이 교감 직속기관이 아니라 학생부 소관인 경우가 많은데,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학생부장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상담교사가 조직 논리상 안 따를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도 말했다.

박백범 차관은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으로 기숙형·통학형 피해학생 치유기관을 증설하도록 하겠다. 올해 최소 2곳을 신설할 계획"이라면서 "교육청이나 관계 부처와도 협의해 피해 학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푸른나무 청예단'은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센터에서 학교폭력 예방활동 성과보고회를 열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뮤지컬 활동을 펼친 우수 동아리들을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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