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요양급여 신청→올 1월 사망→2월 역학조사팀 구성
근로복지공단, 사망 보도 이튿날 조사 의뢰…"자료검토 지연 때문"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근무 중 백혈병에 걸린 삼성SDI 연구원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한 당국의 역학조사가 1년 가까이 진행되지 않다가 사망 직후 뒤늦게 시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사실관계 파악과 원인 규명을 위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SDI 연구원 황모 씨의 사망에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역학조사 신청을 지난 12일 접수해 조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던 황 씨는 지난 2017년 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1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지난달 29일 숨졌다.

황 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몇개월 후인 지난해 2월 22일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 1년이 지나 신청자가 사망한 뒤에야 관련 역학조사가 시작된 셈이다.

특히 황 씨의 사망이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을 통해 공개되고, 언론이 지난달 31일 이런 사실을 보도한 바로 이튿날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측에 역학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을 더 키웠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측은 "역학조사를 남발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본사에 자문을 하는데, 그 시기가 늦어진 게 문제가 됐다"면서 "담당자가 자료를 꼼꼼히 보고 처리하다 보니 늦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수원지사 담당자는 지난해 12월 31일 본사에 자문을 한 뒤 이튿날 조직개편에 따라 다른 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황 씨가 최초 급여 신청을 한 시점으로부터 10개월 뒤에야 자문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절차가 늦어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담당자와 관리자 4명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담당자의 진술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오는 28일까지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나면 이런 절차상의 지연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재 요양급여 지급을 위한 역학조사는 6개월 이내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이번 역학조사가 뒤늦게나마 시작되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SDI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산재 피해 제보는 총 50건으로 집계됐다. 협력업체를 제외한 삼성SDI 소속 노동자들만 38명이다.

반올림 측은 "산재가 인정되더라도 사업장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조사는 형식에 불과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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