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 신고사례 소개…절반 이상이 채용 성차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여성인 A씨는 기업 채용 면접에서 결혼과 임신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A씨는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생각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에 신고했다. 노동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해당 기업에 면접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게 했다.

노동부는 작년 9월부터 운영해온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성차별 신고 사례를 14일 공개했다.

이 중에는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채용을 기피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A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A씨 사례와 같이 임신 계획에 관한 질문을 하지는 않더라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고 퇴사하는 직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에둘러 묻는 경우도 있었다.

모 신협은 채용 과정에서 '여성은 뽑을 수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신고를 접수한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해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행정지도를 했다.

모 반도체 기업은 채용 공고에 대놓고 '자격 요건 우대 사항: 남자'로 명시해 노동부의 시정 지시를 받았다. 카페 바리스타 채용 공고에 '남자 군필자'를 조건으로 적어둔 경우도 있었다.

도청 청원경찰과 청원산림보호직 채용 대상을 남성으로 제한한 데 대해서도 노동부는 성차별로 보고 시정 지시를 했다.

사업주가 여성 직원이 결혼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당초 기혼자는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며 퇴사를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회사에 지각한 여성 직원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주느라 늦었다'고 해명하자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 사업장도 노동부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노동부는 "사업주나 상사가 여성 노동자의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퇴사를 권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내 승진과 교육·배치 등에서 성차별 사례도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됐다.

업무와 무관한 행사와 사무실 청소를 여성 직원에게만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비서직이 자리를 비우자 그 업무를 여성 직원에게만 맡긴 기업도 노동부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여성 직원을 임금 인상 폭이 작은 직군으로 유도한 사업장도 있었다. 이때문에 이 사업장에서는 어느 정도 직위 이상이 되면 직군에 따라 성별이 갈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노동부는 이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율 개선 지도를 하고 고용평등 근로감독 대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작년 9월부터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122건에 달했다. 노동부가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지 않던 2017∼2018년 접수한 성차별 신고(101건)보다도 많았다.

센터 신고 사례 중에서는 채용 성차별이 63건(51.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진과 교육·배치(33건), 임금(26건), 정년·퇴직·해고(22건) 순이었다. 한 사례가 여러 범주에 중복된 경우도 있다.

신고 사례에 대한 노동부의 조치는 행정지도(53건), 진정 사건으로 전환 조사(5건), 사업장 근로감독(3건), 단순 질의 등 종결(45건) 등이었다.

나영돈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 성차별을 예방하고 뿌리 뽑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의 제보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익명신고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