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 투표 결과 관계없이 이전 추진 방침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정선 특파원 =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전체 주민의 의견을 묻는 투표 일정이 오는 24일로 확정됐다.

오키나와현은 14일 기노완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시(市) 헤노코로 옮기는 것에 대한 주민투표를 오는 24일 진행한다고 고시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 중앙정부는 결과에 상관없이 기지 이전 공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표 결과를 묵살하면 주민 반발이 거세져 당장 올 4월 예정된 오키나와 3구 중의원 보궐선거와 7월의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교도통신은 예상했다.

현재 오키나와 주민 대다수는 이전 반대쪽으로 기울어 있다.

작년 9월 보궐선거에서 기지 이전 반대 입장을 내세워 당선한 타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는 이번 투표로 민의를 명확히 해 중앙정부가 이전 공사를 중단토록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전 반대파 주민들이 이날 나하시 등 곳곳에서 거리 선전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 부대변인 격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副)장관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이해를 얻어 이전 공사를 진행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키나와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든 정부는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해석했다.

총리관저 소식통은 "반대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대안이 없으면 (방침을) 바꿀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 정부와 이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오키나와현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가 장관은 "문제의 원점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 제거와 (위험의) 고정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에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용지에 기재된 '찬성', '반대', '어느 쪽도 아니다' 등 세 개의 선택사항 중 하나를 선택해 기표하게 된다.

타마키 지사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항목이 투표권자 25%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그 결과를 존중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키나와현 의회는 작년 10월 기노완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중앙정부가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에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조례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기노완 등 5개 시는 투표 조례에 규정된 선택지가 '찬성'과 '반대'로만 돼 있어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었다.

이에 오키나와현 의회가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답변 항목을 추가하자 참여 쪽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표는 오키나와현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41개 시정촌(市町村)이 모두 참여하는 모양새로 치러진다.

일본 정부는 기노완시 한복판에 있는 후텐마 비행장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1990년대 이전을 결정하고 이전 대상지로 기노완 북동 방향의 헤노코를 골랐다.

그러자 대다수 오키나와 주민은 새롭게 조성하는 기지도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전 자체를 반대해왔다.

특히 새 기지 조성을 위한 해안 매립 과정에서 산호초 등 해양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며 미군 기지를 아예 오키나와 밖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소송 때문에 중단했던 헤노코 해안 매립 공사를 작년 12월 중순 재개했다. (취재 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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