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올리기' 성공"…2021년 본격 반출계획
방사선 비산방지·고방사선량 환경 안전대책 등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도쿄(東京)전력은 13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당시 원자로내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찌꺼기를 처음으로 장치를 이용해 격납용기 내에서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찌꺼기의 경도와 방사선량 강도 등을 확인한 후 2021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용융 찌꺼기 꺼내기작업에 필요한 장치와 보관용기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로 폐로작업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연료 찌꺼기 반출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고난도 작업이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는 원자로 건물에 핵연료 170여t이 녹아내리면서 콘크리트 등과 뒤섞인 연료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콘크리트로 구조물 전체를 덮어 버린 채 찌꺼기는 꺼내지 않았다.

40년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사고의 경우 카메라를 이용해 원자로 내부 등을 조사한 후 사고 6년 후 연료 찌꺼기 반출을 시작했다. 스리마일의 경우에도 큰 손상을 입지 않은 원자로에 물을 채워 방사선을 차단하면서 수중에서 찌꺼기를 잘게 부숴 전용 용기에 담는 방법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비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호기는 녹아내린 핵연료가 원자로를 뚫고 격납용기로 흘러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연료 찌꺼기는 모두 880t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고로 손상된 격납용기는 수리가 어려워 물을 채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위가 낮은 상태에서 찌꺼기를 공기중으로 꺼내는 '기중공법(氣中工法)'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방법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전례가 없어 방사성 물질 비산방지와 함께 방사선량이 높은 환경에서의 안전대책 등이 필요해 효과적인 대책이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13일 아침 부터 8시간에 걸쳐 진행한 조사에서 원자로 격납용기의 옆면에 구멍을 뚫은 후 길이 최대 15m의 신축식 봉을 원자로내에 집어 넣어원격조작으로 격납용기의 밑바닥까지 내려 보냈다. 장치 앞에는 게임센터에서 쓰는 길이 3㎝의 크레인 암(팔)이 달려 있으며 방사선을 측정하는 선량계와 카메라 등이 장착됐다.

격납용기 밑바닥 사방 50㎝ 정도의 구석 6곳에서 찌꺼기를 들어 올린 결과 5곳에서 직경 1~8㎝의 작은 돌 처럼 굳어진 덩어리와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점토 처럼 보이는 찌꺼기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바닥에 들러붙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삽입한 장치는 회수했지만 찌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련의 작업을 촬영해 방사선량과 온도 등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 용융 찌꺼기의 성질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2021년 1~3호기중 한 곳에서 용융 찌꺼기의 본격적인 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2호기에서 올해 하반기에라도 소량의 찌꺼기를 꺼낼 예정이다.

이날 장치를 이용해 용융 찌꺼기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한 데 대해 일본 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회' 위원장인 미야노 히로시(宮野廣) 호세이(法政)대학 객원교수는 "그동안의 조사는 찌꺼기를 그냥 살펴 보기만 했는데 이번에 덩어리에 접촉해 들어 올리는데 성공한 건 다음 단계로 한발짝 진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용융 연료 찌꺼기 반출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인 만큼 넘어야할 과제가 많지만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확실하게 발표해 각계의 지혜를 모아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