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보고 나면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퍼즐 조각이 마침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됐을 때 쾌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이 밀려든다.

한국판 '엑소시스트'로 불린 '검은 사제들'(2015)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사바하'는 낯섦을 넘어 기괴한 영화다.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차용해 종교적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이 한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구마 의식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바하'는 여러 갈래 사건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는 미스터리적 성격이 강하다.

한 시골 마을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 동생 금화(이재인)는 뱃속에 함께 있던 언니 때문에 다리 한쪽이 온전치 못한 채로 태어난다. 언니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온몸에 털이 난 흉측한 괴물 모습이다. 사람들은 언니가 오래 살지 못할 거로 보고 출생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이름도 없다. '그것'으로 불린다. 두 자매는 그러나 모두 살아남아 올해 16살이 된다.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추적하던 박목사(이정재 분). 그는 강원도 영월 터널에서 발견된 여중생 사체와 사슴동산이 관련 있음을 직감한다.

여중생 살해 용의자 주변에는 의문의 자동차 정비공 나한(박정민)이 맴돌고, 얼마 뒤 용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한 편이다. 시작부터 자궁 속 태아의 모습, 갓 태어난 영아, 피범벅인 굿판, 불안에 떠는 동물의 눈을 화면 가득 비추며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시종일관 스크린을 감싸는 주술적 사운드와 무채색 영상, 빠른 템포의 편집 등이 스산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공포 영화 못지않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도 제법 된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그 자체다.

쌍둥이 자매의 탄생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처음에는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차츰 연결고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낼 때는 반전의 저릿함이 전해진다.

물론 이는 영화 속 세계관에 공감했을 때다. 전작에서 천주교를 다룬 장 감독은 불교의 순환적인 세계관을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

극 중 인물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고, 뒤섞이기도 한다. 장 감독은 지난 13일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불교에는 '악이 없다'고 하더라. 선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변하기도 하고, 새로 태어나기도 한다. 모든 것이 합쳐서 하나의 순환을 만드는 것처럼, 이 작품 속 인물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사슴동산의 비밀을 파헤치던 박목사는 끊임없이 '과연 신은 있는지'를 묻는다. 장 감독은 "신을 찾으려다가 악을 만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는 신의 구원보다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인간의 집착과 욕망이 결국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임이 틀림없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종교 용어가 많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도와 긴장감이 떨어진다. 대사를 통해 설명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탓이다. 박 목사 일행이 비밀에 접근하는 과정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

이정재, 박정민 등이 고른 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1인 2역을 맡은 아역 배우 이재인의 연기가 돋보인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곡성'의 김환희를 이을 만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장 감독은 전날 간담회에서 울먹이며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만들었다"며 "피를 토하면서 적고, 뼈를 깎으면서 지웠다"며 관객의 호응을 부탁했다.

제목 사바하는 '원만한 성취'라는 뜻으로 주문의 끝에 붙여 그 내용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말이다. 2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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