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대부분 성안…이달 내 공개 방침
민주·한국·바른미래는 신중…"헌재 결정 후 논의" 입장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지훈 기자 = 정의당이 낙태죄 폐지 법안을 당론 발의한다.

인공임신중절(낙태)이 줄었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1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최근 의원단 워크숍을 통해 낙태죄 폐지 법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며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낙태죄 폐지 법안은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 2건이다. 20대 국회 들어 낙태죄 폐지 법안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형법 개정안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269조 1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서는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기존 270조 1항도 빠진다.

개정안은 다만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부동의 낙태)해 상해를 입힌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을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사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을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각각 처벌 수위를 높인다.

아울러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의사 등의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임신 12주 이후에는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 등 현행 모자보건법이 제시한 낙태 수술의 허용 한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수정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또 낙태 시 '배우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부분을 삭제한다.

김 의장은 이밖에 "의료인이 종교와 양심에 따라 낙태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 이를 의료거부 행위로 보지 않도록 하는 단서 조항까지 포함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정책위는 전날 논평에서 "보건복지부는 헌재 결정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무 부처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낙태죄 폐지법은 이정미 대표가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정의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낙태죄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의당이 주도하는 낙태죄 폐지 논의에 다른 정당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한 헌재 결정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내에서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헌재 결정이 나오면 신중하게 접근해보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슈로 다룬 적이 없어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이고, 여야 정당들도 당내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적 없는 이슈"라며 "헌재 결정이 나면 여론 동향이나 국민 반응을 함께 살피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 위헌 결정이 나면 그에 따른 후속 입법 조치를 하고, 합헌 결정이 나더라도 여성의 자기 결정권 측면에서 보완할 측면이 없는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