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내무부, 영국-방글라데시 이중국적 전제로 시민권 박탈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2015년 15세의 나이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가 최근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는 영국 소녀 샤미마 베굼(19)의 귀국을 둘러싼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베굼의 IS 합류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보도된 뒤 영국 내무부는 그가 영국-방글라데시 이중국적이라는 점을 들어 영국 시민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도 "우리 시민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베굼이 이중국적 보유자로 잘못 파악된 점에 깊이 우려한다"는 샤리아르 알람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의 서한을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람 장관은 가디언지에 보낸 서한에서 "샤미마 베굼은 방글라데시 시민이 아니다. 그녀는 영국 시민이고, 방글라데시에 이중국적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베굼의 방글라데시 입국이 허가될 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은 혈통에 따른 시민권을 받을 권리가 방글라데시법에 보장돼 있다.

이와 관련해 베굼은 자신이 방글라데시계이지만 방글라데시 여권을 갖고 있지 않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며 영국 시민권이 박탈되면 무국적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국제법상 누군가의 국적을 박탈해 무국적자로 만드는 것은 위법하다.

베굼은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시민권이 하나뿐이라서 이를 박탈 당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삶을 바꾸는 결정임에도 영국 정부는 내게 (직접) 알리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내무부는 베굼의 시민권 박탈 결정을 내린 뒤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우편으로 베굼 어머니에게 보냈고, 가족 변호사는 "모든 가능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부 장관은 이날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정 상황에서는 그들(귀환 희망자)의 국적을 박탈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을 무국적 상태로 만드는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베굼의 국적을 부정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반응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고 "개별 사례를 (이 자리에서) 답할 수는 없다"며 즉답도 피했다.

자비드 장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영국이 테러나 중대 범죄와 관련해 시민권을 박탈한 사례는 150건에 이른다.

그는 그러나 최근 베굼이 출산한 아들의 국적 문제에 관해서는 하원 긴급 질의에서 "어린이가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부모가 영국 시민권을 잃더라도 자녀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답해 베굼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런던 베스널 그린 지역에 살던 베굼은 같은 학교 여학생 2명과 함께 2015년 2월 시리아로 건너간 뒤 IS에 합류했다.

베굼은 그곳에서 네덜란드 출신 'IS 전사'와 결혼했고, 출산한 두 명의 자녀를 질병과 영양실조로 잃었다. 그는 지난 주말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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