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영변 핵시설 폐기 주제로 정책토론회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려면 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국제적인 협력을 끌어내면서 폐기 이후 해당 시설을 개발하는 방향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 폐기 비용을 우리나라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 전 연구원은 "비핵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활발한 참여가 바람직하나 비용부담 측면에서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폐기비용을 높은 비용으로 부담한다는 의미"라며 "핵 비확산 관점에서 국제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변의 5MWe(메가와트) 원자로를 폐기하는데 1천250만∼2천350만달러(140억∼264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원자로의 노심 크기가 발전용량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재처리시설을 해체하는 데는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독일의 카를스루에 있는 재처리시설(Wiederaufbereitungsanlage Karlsruhe·WAK)을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6억달러(1조 8천억원)에 달했다.

안 전 연구원은 우라늄 광산, 우라늄 정련시설, 핵연료 생산시설, 원자로,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핵무기 개발시설도 모두 폐기해야 하는데 특히 5MWe 흑연로·방사화학실험실·고준위 폐기물저장시설의 폐기 난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 개발에 사용된 시설의 용도를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이 소련 해체 후 러시아 등에 적용한 '협력적 위험감축'(Cooperative Threat Reduction·CTR)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안 전 연구원은 강조했다.

우라늄 광산과 정련시설, 원자로, 원심분리기와 원자로 부품 생산설비 등을 평화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용도를 변경하고, 핵심 연구인력은 직업훈련을 거쳐 개성공단 등에 재취업시키거나, 평화적 목적의 연구소를 세워 이곳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CTR은 핵과 같이 대량파괴무기(WMD)가 초래할 수 있는 안보위협을 감축할 목적으로 보유 대상국에 단계적 또는 점진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교환하면서 위협을 줄여나가는 국제안보프로그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곧 하나의 개발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며 CTR을 활용해 영변을 비롯한 북한의 핵시설 폐기 후 공간전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시설을 해체하거나 제염하는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폐기 계획을 세울 때부터 해당 시설을 역사유적지, 박물관, 테마파크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농축시설과 재처리시설을 유지하고 싶어할 수 있다며 평화적 용도전환에 북한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최용환 실장은 CTR은 결국 미국의 상응 조치와 연관돼 있는데 북한이 CTR의 경제적 보상만으로 핵시설을 포기할지 미지수라며 "CTR+α(알파)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