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절차 진행 도중 연락…'靑개입 의혹' 사실로 드러나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정래원 기자 =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환경부 산하기관 상임감사 선임이 무산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법조계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환경부 고위 간부로부터 "지난해 7월 이뤄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면접 전후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3월 사직서를 낸 김모 상임감사의 후임자를 뽑는 중이었다.

검찰은 김 전 감사가 정권 출범 초부터 환경부의 사직 요구를 받았으며 이에 불복하자 환경부가 2월 '표적 감사'에 나섰다고 본다. 감사가 시작되자 김 전 감사는 같은 해 3월 사직서를 냈고,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 공고가 6월 25일에 올라가 총 16명이 지원했다.

검찰은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 7명이 7월 13일 이뤄진 면접에서는 모두 '불합격' 처분을 받아 채용이 사실상 무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감사추천위원회는 면접을 진행한 날 "면접 결과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전원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성향인 전직 언론인이 내정자로 점찍힌 상태였으나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청와대가 채용 자체를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검찰은 당시 감사추천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환경부 고위 관계자와 환경부 인사 담당 간부, 환경공단 관계자 등을 집중적으로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6∼7월 공단 상임감사 채용이 이뤄지는 도중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환경부 관계자가 여러 차례 연락한 정황을 파악했다.

여권에서 내정해둔 인물이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용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진 때를 전후해 청와대와 환경부 간에 연락이 오간 정황이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청와대의 사건 개입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추천위원은 당시 상황을 두고 "환경부 담당자가 '미안하다. 적격자가 없는 것 같다'며 사실상 채용을 더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상임감사 후보 추천이 마무리되지 않아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데다, 서류 합격자가 면접에서 전원 탈락한 시점이라는 점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비된 후 공공기관의 대표나 임원은 추천위원회 추천과 제청 절차를 밟은 뒤에야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법률상 아직 상임감사 인선과 관련해 인사협의가 필요하지 않은 시점인데도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에 연락이 오간 점에 비춰 부당한 인사개입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채용 관계자들의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의 조사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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