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지렛대' 구상 이미 밝힌 문대통령, 대북제재 완화 위한 중재역 전망
문대통령, 주말 일정 비운 채 회담준비 상황 주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오는 24일 한국 방문이 취소됐지만,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막판 조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당초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계기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한미일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백악관 NSC 관계자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최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상대로 야권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선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현재 미국은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고는 있지만, '세기의 담판'이 될 수도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긴밀하게 소통할 기회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볼턴 보좌관과 정 실장의 이번 회동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견인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한미 양측 간 '엇박자'를 우려해 볼턴 보좌관의 방한이 취소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방한 취소가 한미 간 소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의용-볼턴 '핫라인' 외에도 한미가 직접 소통하는 채널은 긴밀히 가동되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의견 조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무산되기는 했지만, 볼턴 보좌관의 방한에 따른 한미일 협의를 두고 무성했던 관측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미국 내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이 한미일 협의를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끌어낼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압박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두고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면서 "볼턴 보좌관이 지금 와서 틈을 벌리는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제안한 것은 한국 정부였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의 방한이 성사됐다면 '과감한 비핵화에 과감한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적극 개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또한 2차 북미정상회담에 임박해서 추진돼 왔던 청와대와 백악관 양측의 외교안보 책임자 간 대면은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 19일 전화통화에서 '긴밀한 소통'을 약속한 상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비핵화 담판'을 위해 마주 앉기 전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응하는 상응조치로서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는 중재역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주말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북미정상회담 준비 상황과 관련한 보고를 수시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협 지렛대' 구상을 내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적어도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남북 정상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분야의 경협은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부분적 대북제재 완화에 북미 정상이 합의하게끔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