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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언제 한번 일 터질 줄 알았다" 계륵 같은 부산용호부두

송고시간2019-03-0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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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조성 후 주거단지 들어서 소음·분진 민원 끊이지 않아

환경상 사고 위험 상존…2015년엔 폭탄 반입 사실 밝혀져 논란

항만계획에 2020년 폐쇄 결정됐지만 하세월…"조기 폐쇄해야"

용호부두 모습
용호부두 모습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늘 불안 불안하더니…그동안 사고 안 난 게 신기할 따름이죠."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의 광안대교 충돌사고 후 용호부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반응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두 기능약화·위험 문제 등으로 폐쇄가 예정돼있던 '용호부두'의 폐쇄 시기를 앞당겨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부두 일대.

용호부두 바로 뒤편 수려한 해안선을 자랑하는 이기대 산책로 입구 '동생말'에 올라 내려다본 용호부두는 대규모 주거단지와 해안 산책로 한복판에 놓인 '외딴섬' 같았다.

6천975㎡ 넓이 야적장에는 철근 코일·기계류가 쌓여있고, 운반 장비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바로 앞 210m 길이 안벽에는 러시아 화물선 한척이 정박해 화물을 싣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광안대교를 충돌한 씨그랜드호 사고 이후 용호부두에 들어온 첫 배다.

용호 매립지 개발로 부두 일대는 주거단지로 변했다
용호 매립지 개발로 부두 일대는 주거단지로 변했다

[차근호 기자]

1990년 만들어진 용호부두는 전국항만기본계획상 '일반잡화부두'다.

컨테이너에 담기지 않고 벌크선으로 운영하는 부정기 화물이 이곳에서 실린다.

일본이나 러시아로 가는 배가 대다수다.

용호부두 조성 당시 때는 부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인근에 동국제강이 자리 잡고 있었고, 화물 선사나 중간 포워더 등도 꽤 있었다.

하지만 2005∼2009년 용호부두 바로 옆 공유수면이 매립되면서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7년 8천500가구 아파트가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1149가구의 아파트가 만들어지더니, 6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1448가구)도 지난해 들어서며 주거지만 1만1천 가구를 넘어섰다.

동국제강 안벽이 있던 자리는 '용호매립부두'가 만들어졌고, 이곳은 현재 부경대 실습선이 정박하고 광안리 일대를 도는 요트와 유람선이 운영되는 유람선 부두가 됐다.

주거단지가 만들어지며 용호부두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은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기대 자연공원, 주거단지, 광안대교에 둘러싸인 항만
이기대 자연공원, 주거단지, 광안대교에 둘러싸인 항만

[해양수산부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여기에 2015년 국정감사에서 주거지와 가까운 용호부두를 통해 병기용 완성탄, 성형폭탄, 지뢰 등 위험물이 반입된 사실도 밝혀지며 부두 폐쇄 논란이 가속화됐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용호부두 기능을 폐쇄하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드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본계획을 보면 항만 기능재편을 위한 행정 절차 소요기간, 기존 항만이용자의 의견 수렴을 고려해 2020년 이전에는 재개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적고 있다.

해수부가 용호부두 폐쇄를 결정한 데는 부두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다.

연간 하역능력이 43만t에 이르지만, 하역 물량은 5분에 1수준에 그쳤고, 입출항 선박 수도 연간 175척 수준이다.

또 시설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 불리해 항만 현대화 등도 어려워 향후 활용 가능성도 크지 않다.

부두 뒤편은 이기대 해양공원
부두 뒤편은 이기대 해양공원

[차근호 기자]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용호부두가 재개발되면 광안리∼이기대∼오륙도를 연계하는 해양 관광 축이 단절되지 않고, 이기대 도시자연공원과 갈맷길 2코스 관광객을 위한 '경유형 관광지로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해수부와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등 논의 주체는 아직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걸림돌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꼽힌다.

기존 부두에서 화물영업을 하는 선사와 중간 포워더를 이전하는 문제와 용호부두에서 화물 하역 등을 하며 노무 독점권을 가진 항운노조 지부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문제다.

항운노조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상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도 논의돼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부산항만공사 한 관계자는 "당장 용호부두를 폐쇄하고 나면 다른 부두의 용량은 충분한지, 선박 대기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 충분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부두 재개발 계획과 관련해서도 경제적 타당성과 사업성이 충분한지 등도 고려돼야 한다.

용호부두 재개발
용호부두 재개발

[해수부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사고 이후로 용호부두 폐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 시 관계자는 "러시아 화물선 사고로 광안대교와 인접한 용호부두 전체가 대형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예전에는 동국제강 등 인근에 있는 기업으로 인해 부두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다른 항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는 용호부두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낙후된 항만시설 폐쇄를 서둘러 지역민을 위한 해양관광 공공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은 용호부두 재개발 지역 일대에 2022년이면 우리나라 최초 트램이 들어서며, 트램 차고지와 전시관 건립이 예정돼있어 재개발의 경제성이나 사업 타당성은 첫 폐쇄 결정 당시보다 훨씬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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